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기
시련은 공주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마녀의 질투 괴물의 심술
공주에겐 당연하지
슬프고 외로워도 포기하지 않기
눈물은 공주님을 더 강하게 만들지
마법과 같은 귀여움으로 지켜내자
공주의 규칙!
최근에 알게 된 노래, 공주의 규칙이다. 좋아서 자주 듣지만 누구에게도 추천해 줄 수 없다. 공주의 규칙은 이른바 '숨듣명'이다. 아끼는 친구를 독려하기 위해 보내 주었지만 "넌 공주지만 난 아냐"라며 듣지도 않더라.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공주병 걸린 30대 여자가 철없이 산다는 인상이나 주기 십상일 테니.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 보면 이 노래가 결코 공주병 노래가 아니란 걸 알게 될 텐데.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눈물로써 한 단계 더 강해졌다'이다. 눈물은 공주님을 더 강하게 만드니까.
오늘 아침 출근길, 나는 발라드가 흐르는 차 안에서 울었다. 내가 들은 노래는 '사랑하고 싶었어'였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작년에 헤어진 그 사람 생각이 나서였다. 사실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 생각을 하루라도 거른 적이 없기 때문에 오늘의 뜨거운 눈물은 참 새삼스러운 것이었다. 이전에는 이렇게 울지 않았었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미워하기를 관두었더니 나지 않던 눈물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그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편지는 끝내 쓰지 않았다. 쓰더라도 받지 않을 테니까. 그 사람과 나는 끝났고,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걸 아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은 한 번 더 손을 뻗는다. 아직도 결론이 안 난 건가.
그 사람 없이 그 사람을 생각한 지도 벌써 일 년이 가까워져 가고, 마침내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어떤 것을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했던 그 삶. 나는 그때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더 바라기만 했던 것 같다. 미성숙했던 그때의 내가 정의한 사랑은 너무도 어린 것이었기에.
뜨겁던 연애 시절, 책을 좋아하던 그 사람에게 'My Destiny'를 각인으로 넣은 책갈피를 선물해 줬었다. 그때는 우리가 정말 운명처럼 느껴졌었으니까. 사실 난 지금도 그가 나의 운명인 것만 같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지만.
그래서 이제 나는, 우리가 진짜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거니 한다. 아니라면 아닌 거고, 그걸로 됐다고.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이제 그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 사람이 다시 나를 보길 원치 않는다면 그 마음을 존중하기로. 우리는 삼십 년 넘도록 서로 없이 살아왔다. 헤어지고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도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한 가지 바라게 되는 게 있다. 그 사람이 앞으로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 나만큼 그를 꽉 채워 준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진심을 다했던 사람의 바람이다. 물론 질투나 미련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죽도록 사랑했고, 또 그만큼 원망했으니까. 서툰 우리였지만 서로 얼마나 깊고 진하게 사랑했는지, 그 사람도 잊지 않길 바란다.
만약에 만약에, 언젠가 그 사람도, 나도 아픔 없이 마주할 수 있다면—정말 그럴 수 있다면—그땐 다시 손을 잡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정말 내 운명이라면. 하지만 이제 나는 운명을 놓아 줄 수도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별을 겪고, 울고, 아파한 끝에서 얻은 변화다.
앞으로 내가 너를 정말 잊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너 없이도 너를 계속 사랑할 수 있게 된 걸지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너만큼 깊게 사랑한 사람이 없었다고. 그래서 더 아팠고, 그래서 더 원망했던 거라고. 그래도 이젠 안심해. 남겨진 자리에서 혼자 벌인 사투로 앙금을 씻어냈으니까.
너무 힘든 일을 겪게 되는 건, 삶이 주인에게 할 말이 있어서란다. 중요한 건 경험이래. 이렇게까지 아플 거였으면 차라리 안 겪을 걸 그랬다고 투정도 부렸지만, 다른 수 있나. 깊은 아픔만큼 내 마음도 깊어졌으니, 이제야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으니 네게 감사할 수 외에.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 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때 그에게 이 말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못 잊고,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핑 도는 걸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사랑했다. 미안했다. 고마웠어.
흘리지 않고 삼킨 눈물 한 방울로 한 번 더 강해져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