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저녁 식사 후 소소한 동네 산책 데이트를 즐긴다. 별거 아닌 대화에도 우리는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힐링으로 여긴다. 얼마 전 남편과 저녁 먹고 소화시킬 겸 동네 마트를 가려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내려오는데 남편이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손가락으로 본인의 티셔츠 로고를 가리킨다.
"색시야! 나 갑이다! G.A.P. 갑. 잘해라!"
이 말을 내뱉곤 남편은 내가 이제 무슨 말을 하려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 참고 있는 입을 겨우 앙다문 채 옆으로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고 있다. 'GAP' 상표를 읽으며 '갑'이라고 떠드는 남편 개그에 난 오늘도 빵 터졌다. 남편은 이런 어쭙잖은 말장난 개그로 늘 나를 웃긴다. 지나가다가 옷가게 유리창에 세일(SALE)이라도 붙여있으면 꼭 내 손을 잡아채며 "색시야! 옷 살래 한다! 당신 옷 살래 해야겠어. 마니 살래?"라고 떠드는 이 남자. 내겐 늘 너무 웃긴 개그맨이다.
여보, 당당히 말해!
왜 본인을 '갑(甲)'이라고 하면서도
내 눈치 살피는 표정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을(乙)'이야.
얼마 전 지인과 옷 구경을 하던 중에 남편과 커플로 입으면 좋겠다 싶어서 얼른 그에게 카톡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