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껏 꾸며도 찾기 힘든 생기발랄한 얼굴, 머릿결은 점점 푸석푸석해지고 중력의 힘은 나만 제대로 받는 건지 점점 탄력도 떨어져 가는 피부에, 목욕탕의 중년 아줌마들의 등판을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나이 들진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나 역시 그들처럼 후덕해지는 등판. 한때는 나도 거울 속 내 옆모습 가는 허리를 보면서 '이 안에 장기가 다 들어있긴 한 건가?'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언젠가부터 다이어트가 해결되지 못한 매일의 숙제가 되어버린 채, 옷에 따라 꾸역꾸역 55 사이즈에 기웃거리거나 의도치 않은 보이핏 66 사이즈를 넘나들고 있다.('보이핏 사이즈'라 쓰고 '보이 사이즈'라고 읽는다.) 아침마다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는데 야금야금 언제 이렇게 살이 쪘나 싶다. 살이 찌니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퇴근 후 막 씻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 닦는 남편 옆에 가서 대뜸 묻는다.
"여보~ 나 몇 살처럼 보여요. 여봉?
"37살!!!"
남편은 내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빛의 속도로 대답했다. '어마나!' 내 나이에서 무려 3살이나 빠졌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서 들뜬 마음으로 남편에게 또 한 번 질문해본다.
"오~~ 근데 세 살은 왜 뺐어?
"그 정돈 빼 줘야 할 거 같아서!"
'그 정돈 빼줘야 할 것 같다라니...'
나는 남편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빵 터져서 옆에 있던 침대로 배꼽 잡고 쓰러져버렸다. 나는 잠시 웃다 말고 또다시 일어나 남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근데 왜 빼줘야 할 거 같았어?"
"예의 있게 대답해야 할 거 같아서. 난 예의 있는 남자니까."
이 말을 남기며 내 얼굴을 스윽 보더니 얼른 아들에게로 간다. 남편은 아무래도 내가 집요하게 더 물을까 봐서인지 도망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