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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Nov 09. 2022

제 이상형은요.

외모로 보자면 '김용만'인데요.


19년 전 남편과 썸 타던 시절의 이야기다.



대학 다닐 시절  용돈벌이 좀 하겠다고 집 근처 동네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곳이기도 하다. 나는 22살 아르바이트생이었고, 남편은 내가 일하기 전부터 종종 오던 27살 직장인 손님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카페 여사장님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가게에 종종 오는 손님 중에 너무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이럴 땐 본인이 나이가 좀만 젊었으면 좋겠다며 푸념 섞인 말을 했다. 사장님께 좋은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인지  카페에서 그를 처음 보던 순부터 일하다가 흘깃흘깃 그에게 눈이 갔다. 사실 그는 내가 늘 상상하던 이상형 '예인 김용만' 외모였다. 



 그는 키도 적당히 크고 선한 인상에 동글동글한 얼굴을 했다. 그런 그가  종종 근 후 가게 손님으로  몇 마디 나눈 대화에서 그의 내면적인 부분까지  자꾸 시선을 끌었다.



그런 그가 종종 카페에 들르면서 어떠한 계기로 나와 연락처를 주고받는 일이 있었다. 그는 내게 괜찮은 여자를 소개해 달라며 내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고, 나는 친구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며 꼭 그러겠노라고 했다. 우린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나눈 눈빛과 몇 마디 말에서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순간 우린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연락처를 주고받는 이유가 서로 핑계임을.



너무 뻔한 레퍼토리로 그는 영화 티켓 장이 있는데 함께 보지 않겠냐고 했고 나는 머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두어 번을 밖에서 만난 후부그에게 걸려오는 전화가 어느 순간 기다려졌다. 느 날 통화 중 그는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외모로 들자면 연예인 김용만이요." 



속마음도 수화기 너머로 덧붙이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은 말이 있다. 

'당신이잖아요. 김용만 같이 후덕하고 편한 인상에 말도 예쁘게 하는 당신이요. 당신이 내 이상형이에요."



10대 때부터 나의 지인들에게 재미 삼아 이상형을 종종 묻곤 했는데 현빈, 소지섭, 박해일 등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내게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하면 난 그 어릴 적 학창 시절부터 '김용만'이었다. 친구들은 그런 나의 대답에 웃곤 했다.  친구들의 '으잉?' 하는 반응의 낯선 웃음 보일 때면 종종 이런 마음이 들었다.



' 머릿속에  축적된 개인의 이상형은 본인이 살면서 경험한 어떠한 결핍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연예인 김용만'의  푸근하고 너그러워 보이는 인상이 참 좋다.  지금 그러한 누군가를 또 꼽아보라고 하면 요리연구가 백종원이나  tv '동상이몽'에 종종 얼굴을 비춘   '이지혜 남편' 같은 상이다. 약간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 나는 얼굴과 목소리 톤에서 껴지는 서글서글,  말과 행동이 기복 없이 잔잔하고 한 대화를 할 수 게서  안정감을 느낀.  런 사람이 좋다.



그렇게  내게 19년째  맞는 이상형이다. 하지만  남편 같은 사람이 만인의 이상형 일리는 없다. 그저 에게 딱 맞는 블록처럼 알맞게 물려있는 것뿐이다.  



낯 뜨겁고 재수 없는 문장일 수 있겠지만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살고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보면

그만한 사람 없다.

나라는 사람을 뜯어보면

그는 내게 최고의 남편감이다.

 단점을 하나하나 들춰보면

그의 단점은 개코딱지만큼도 안된다.

그 사람 눈엔

내가 그의 이상형에 가까운 인간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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