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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Dec 06. 2022

들어가는 길에 뭐 좀 사갈까?

익숙한 표현들의 소중함_


남편이 퇴근길에 내게 전화하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들어가는 길에 좀 사갈까?"


"아니야. 그냥 와!"


별거 없는 대화 같나?

맞다. 별거 없는 대화. 하지만 내가 20년 가까이 들어온 이 말이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로 다가온 드라마 대사가 있다.

 

<나의 아저씨>

개개인의 상처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를 해준 드라마. 매 회마다 쏟아지는 명대사로 보는 내내 가슴이 찡하면서도 마음 따뜻하게 했던 웰메이드 작품. 그 중 내게 와닿았던 인상 깊은 대사를 글로 남겨보려 한다.



극 중 이지안(아이유)이 박동훈(이선균)의 부인에게 하는 말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이(아이유)에게 세 글자의 이 짧은 말 한마디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따뜻한 말이었으리라. 극 중 박동훈이 늘 퇴근 후 아내에게 전화해서 자주 했던 말.



"뭐 사가?"



아내 강윤희는 남편의 익숙해진 배려가 마치 반복적인 습관 같아서 귀찮고 짜증이 난다. 얕은 한숨을 쉬며

"필요한 거 없어. 그냥 와." 라며 늘 무심히 전화를 끊는다. 그녀에겐 너무 착하기만 해 보이는 평범한 남편이 가족에 대한 의무는 성실하게 다하는 답답한 인간으로만 보이고. 그 사이 점점 남편에 대한 애정은 식어간다. 결국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 사실을 후에 남편까지 알게 되는 상황에 다다른다.



이제껏 "뭐 사가?"라는 말 좀 고만하라며 그간 익숙해져 버린 따뜻한 관심에 짜증 냈던 자신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오열한다. 그 말이 얼마나 애정 어린 말이었는지를 물이 다 엎질러진 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결혼 후 너무도 익숙해져 어쩌면 귀찮게도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 언어들이 당연한 듯 고마움이 빠진 채로 굴러가고 있진 않은가? 기념일에 맞춰 로맨틱한 말만 한다고 사랑이고 행복일까?



평소 익숙해진 배려에 고마움을 못 느끼고 사는 부분들. 나 또한 남편에게 받는 소소한 배려와 따뜻한 정성을 때로는 무덤덤하게만 받고 있진 않은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당연하다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지만 대수롭지 않게 하는 그 말 한마디가 관심의 표현이다. 무심히 지나친 그 말이 어떤 말보다도 스윗한 표현다. 지나가는 세월 타령하며 그 덤덤함 속에 묻어 있는 관심과 배려심을 당연한 듯 익숙해지진 말자.



'익숙한 것의 소중함'이 당연해지지 않도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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