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공직생활의 마침표를 찍었지만,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재직 중일 당시 정말 다양한 부류의 복지대상자를 만났다.업무 특성상 저소득가정, 장애인, 노인, 가정위탁아동 등 복지가 필요한 가구와 상담을 하거나 가정방문을 할 때가 많았는데 나는 희한하게일적인 접근 외에도상담 후 개인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으로 종종 스스로를 자책하게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쓰레기 같은고민이구나..."
누군가에겐 내 고민이 정말 고민 같지도 않은 고민일 수 있겠구나 싶을 때가 많았다.
'나는 마음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튼실한 두 다리가 있고, 끝이 어딘지 모를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끊길 수도세나 전기세를 고민하지도않는데...'
상담했던 또는 방문했던 모든 가구가 그렇진 않았지만그중종종 가정방문을 한 번씩 다녀오면 개인적으론 여러 생각이 들게 했던 집이 있었다. 좀 전까지도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중간중간 내 머릿속을사로잡았던 고민을 두고 그게 머라고 심각하게 생각했던 건지... 고민 껀덕지도 되지 않을 것을 갖다가 고민하고 있구나 싶은 게 나 혼자 스스로 자책하기도했다.
한편 그놈의 사회적 소통을 해본답시고 뒤늦게 핸드폰에 깔아놓은 인스타에서 누군가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쉽게 훔쳐보며 나의 숨기고픈 비하인드 장면과 비교하고불필요한 우울을 경험을 해보았다. 정신건강에 좋을 것같지 않은 인스타 따위 어플을 과감히 삭제하고 나니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졌다.타인의 일상을 쉽게 들춰봤던 행위 자체가 없어지면서 내 평범한 일상이다시 고요함과 행복을 찾게 되었다.
그저 내 가족들크게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아침인사로 "잘 잤어?" 라며 굿모닝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마음이 심히 괴롭지않은 것만으로도 어쩌면 행복한 걸지도 모른다.
아이들 학교나 원에 보내 놓고 후다닥 청소기 돌린 후 마시는 커피 한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들 학교 개학날. 후다닥 등교시켜놓고 입 꾹 다문채
조용히 내가 듣고 싶은 음악 들으며 하는 독서 타임.
남편과 후다닥 저녁 먹고 하는 운동 겸 동네 산책 시간.
동네 산책길에 결국 다이어트 못 참고 "딱 오늘만먹자!"며분식집 들러 탱글한 순대를 떡볶이소스에 콕 찍어 한입 베어 먹는 순간.
언제나 신나는 불금에 반가운 누군가와 치킨 하나 시켜놓고 맥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정신없이 일과를 마친 후 개운하게 샤워하고 나온 순간.
온종일 정신없다가 침대에 드러누워 따뜻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는 순간.
지나고 보면 별거 없이 무탈하게 보냈던 시간 또는 짧은 찰나가 모두 행복이었다.가끔 행복이라는 단어 앞에서 '내가 소소한 행복을 망각하고 있구나' 싶을 때 오래전 읽었던 책의 글귀를 종종 떠올린다.
저자 김혜자 님의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中,
만일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에는 옷을 걸쳤고
머리 위에는 지붕이 있는 데다
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세상 75퍼센트의 사람들보다
잘 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익숙해져 평온함이나 평범함이 행복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무탈하고 평범했던 그 시간들이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던 거다. 오늘의 별거 없는평범함이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