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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폭탄과 문자 폭탄

잠도 잘 수 없을 만큼 문자가 왔다.

by 박언서

엊그제는 잠을 설쳤다.

밤새 안전안내문자와 재난문자 그리고 실시간재난상황 등 1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바람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 선제적 대응은 무엇보다 우선이라 생각하지만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을 포함하여 행정안전부, 금강홍수통제소, 충청남도, 인근 시/군까지 9개 기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문자가 들어왔다.

비가 잘못인지 문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폭우가 내리지 않았다면 물폭탄도 문자폭탄도 없었을 텐데 그놈에 비 때문에 나라님들도 욕을 먹게 되었다. 정말 너무 시끄럽게 울려대는 바람에 밤을 꼬빡 새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라님들도 편하게 잠을 잤을 리 만무하겠지만 과연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예 흘려버리고 만다.

이런 안내 문자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에는 궁금함 때문에 내용을 확인했지만 너무 난발이 되다 보니 그러려니 하고 확인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여유도 없다. 특히 농촌에서는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는 중에 흙 묻은 손으로 전화기를 더럽혀가며 문자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나라님들은 이런 현실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물론 불특정 누구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래서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오는 문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인근 시/군에서 보내는 안내문자는 아무런 해당도 없는데 잠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가 된다면 문제 아닐까? 이렇게 무작위로 문자를 보내 놓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아무리 편리한 방법이라 해도 어떻게든 개선을 해야지 난발되는 문자 폭탄을 고스란히 감내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어찌 보면 정부가 양치기 소년을 만든 꼴이다.

이러다 보니 실제 확인이 필요하고 도움을 받거나 줄 수 있는 문자까지 읽씹 하게 된다. 엊그제 폭우로 인해 홍수 피해가 심각한데 문자 폭탄까지 가중해 국민을 어렵게 만든 꼴이 된 것이다. 나 또한 시끄러운 벨소리에 잠을 설치고 정작 문자는 귀찮아서 한 개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 이러니 나라님이 보내는 문자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다.

나라님의 문자는 사전에 재난을 대비하고자 일정 지역 단위로 발송이 되지만 그 지역에 거주하는 당사자들은 현장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라님은 일정한 지역 개개인의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안내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꼭 필요한 문자가 다른 누구에게는 귀찮을 수도 있다.

이러니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다만 누구와 무엇을 탓을 하기보다 무작위로 난발되어 신뢰가 떨어지는 정보가 아니라 실제 필요한 정보가 잘 전달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급자인 국가의 편리함만 내세우기보다는 진정 수혜자인 국민들이 불편함은 없는지 살펴서 촘촘하고 세밀한 시스템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우선 수습해야 한다.

비에 의한 홍수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가며 재발 방지 복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자 폭탄 또한 개선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고 다수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해복구도 어려운 와중에 나라님의 문자를 탓하는 것 같이 죄송하지만 분명 개선이 필요하기에 글을 남겨 본다.

또한 이번 수해로 인해 피해를 보신 모든 분들께 위로를 드리며,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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