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끝난 뒤 들깨 모종을 심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들깨를 심었다.
비가 내린 끝이라서 물을 안 주고 심어도 될 만큼 땅이 촉촉하다. 지난번에 밭 한쪽에 씨를 뿌려 놓았는데 비가 오고 나니 너무 커서 모종을 심는데 손이 많이 간다. 들깨 모종은 크기가 적당하면 이식하기 좋은데 커가는 속도와 날씨가 맞지 않아 항상 웃자라기 일쑤다.
나는 할 일이 있어 먼저 출발했다.
비가 그쳤으니 고추밭 소독도 해야 하고 소독하기 전에 먹을 것을 미리 따놔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벌써 장모님을 모시고 동서와 함께 도착을 했다. 아내는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햇볕이 뜨거워지기 전에 심을 요량으로 서두르지만 농사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순조롭게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마음은 급한데 모종이 있는 밭은 들깨 반 풀이 반이다. 그런 밭에서 풀을 가려가며 들깨만 골라서 뽑아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장모님은 모종은 뽑고 아내와 동서는 심고 나는 고추밭 소독을 시작했다.
들깨는 생명력이 강하다.
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뿌리에 물을 적셔가며 심으면 들깨는 잘 살아난다. 또한 한낮에는 시들시들하다가 밤사이 이슬을 머금고 아침에는 살아나는 것이 들깨다. 오죽 생명력이 강하면 부러진 가지가 땅에 다면 뿌리를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들깨를 심을 때에는 항상 대야에 물을 담고 뿌리를 적셔서 심는다.
거름이 많아도 씨앗이 여물지 않는다.
들깨는 거름이 많으면 잎만 무성하고 열매는 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의 거름끼만 있으면 되고, 특히 자라는 속도가 풀보다 빨라 풀을 이기는 작물 중에 하나다. 모종을 심고 초기에 제초 관리만 잘하면 나중에는 들깨가 커져 풀이 햇볕을 볼 수 없어 자라지 못한다.
들깨는 일거양득 작물이다.
들깨는 가루도 먹고 기름도 짜고 잎은 장아찌로 먹는다.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 중 하나인 들기름은 다양하게 쓰인다. 음식에 따라 참기름과 들기름의 사용 용도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나물 무침 등에 참기름 보다 들기름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노릇노릇한 들깻잎으로 된장장아찌를 담그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들깨는 관리하기에 편한 작물이다.
들깨는 심어 놓고 초기에 제초와 소독 한 번만 하면 특별하게 신경 쓸 일이 없어 좋다. 물론 소독은 병해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몇 차례 안 해도 되고, 특히 고라니가 싫어하는 작물이라 좋다. 다만 수확철에는 베고 털어야 하는데 이 또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만만치 않다. 물론 터는 기계도 있지만 수작업 보다 수월하지 않아서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이제 잘 자라기만 바란다.
재작년에 담근 깻잎장아찌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아마 올해에는 장아찌를 담가야 할 것 같다. 무더위에 들깨 모종을 심어가며 흘린 땀이 고소한 들기름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