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식 걱정은 한도 끝도 없다.
김장을 마쳤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김장을 해야 하는데 준비부터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더구나 주말에 다른 일이 겹쳐 시간을 쪼개서 할애해야 하니 더 바쁘다. 그래서 평일 퇴근길에 밭에 있는 배추와 쪽파를 대충 다듬어 장모님 댁에 가져다 놓았다. 배추는 한 판을 심었는데 아는 사람이 한 판을 더 줘서 두 판을 심었는데 올여름에 너무 뜨거워 절반은 죽고 가을까지 100여 포기만 남았다.
그래도 100여 포기면 충분하다.
금년에는 잦은 가을비로 인해 배추 속이 차기도 전에 뿌리썩음병으로 죽는다고 다들 난리다. 그런데 내 배추는 이상하리 만큼 모두 싱싱하고 뿌리가 튼튼하다. 매일매일 퇴근길에 밭을 살펴보며 발로 툭툭 건드려 봐도 뽑히는 배추가 없었다.
이번 김장은 60여 포기만 한단다.
그 60 포기는 장모님하고 우리 집, 처남. 처제가 먹을 양이다. 그래서 60 포기에 덤으로 4 포기를 더해 64 포기를 뽑아 가니 장모님이 배추가 너무 크고 좋다고 놀라신다. 배추 속이 꽉 차고 커서 50 포기만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신다. 나는 충분하게 하고 남은 것은 한 포기씩 나누어 주던지 아니면 신문지에 둘둘 말아 놨다 겨울에 드시라고 했다.
밭에 남은 배추는 동네에서 이장을 보는 형님한테 가져가라고 했다.
올해는 대부분 배추 농사가 엉망이라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엊그제까지 한 포기에 3,000원이었다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4,000원이란다. 그렇잖아도 장모님이 남은 배추를 팔아준다고 하시기에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 다음날 밭에 가보니 한 포기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따서 가져갔다. 역시 배추값이 비싸긴 비싼 모양이다.
금요일 오후에 아내가 밭에 간다고 전화가 왔다.
김장에 필요한 대파와 쪽파를 더 뽑아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퇴근길에 가려고 해서 밭에 가니 아내가 먼저 와서 대파를 뽑아 다듬고 있었다. 나는 쪽파를 뽑아 흙을 털어 다듬고 대파와 쪽파를 아내 차에 실어 주고 각자 집으로 갔다.
하필 김장하는 날이 당직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당직이 김장하는 토요일이다. 김장철이다 보니 다른 직원들도 바쁘고 여건이 되지 않아 누구와 바꿀 수도 없다. 하는 수 없이 아내가 먼저 가서 장모님과 준비를 하고 나는 퇴근하고 일을 돕기로 했다. 그런데 아내도 작은 아들 내외가 급한 볼일이 있어 손녀를 돌봐주어야 하는데 아마 오후 늦을 것 같다고 한다. 나 또한 주말 업무가 많아 17:00 경에야 마칠 수 있었다.
아내는 처가로 나는 집으로 갔다.
아내는 늦게까지 절이고 이른 아침부터 배추를 씻어야 해서 처가에서 잠을 자고 나는 다음날 종중 시제가 있어서 참석했다 가야 하는 일정이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마트에서 수육거리를 사고 고춧가루를 챙겨 가지고 가서 양념까지 버무리고 시제를 지내러 갔다. 다행히 시제에 종원들이 많이 참여를 하셔서 나는 빠져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시작하는 것만 보고 바로 나왔다.
처가에 도착하니 이미 김장이 시작되었다.
수육까지 삶아서 드셔가며 처남은 절인 배추를 나르고 장모님과 아내는 속을 넣고 있었다. 나는 김장 때마다 담당하는 일이 있다. 수육을 삶고 점심으로는 국수를 삶아 멸치국물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점심을 준비하며 틈틈이 잔심부름 담당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해야 하지만 내가 늦어서 어쩔 수 없이 수육은 아내가 삶고 나는 국수만 준비해서 먹었다.
그렇게 50여 포기를 마무리했다.
해마다 장모님은 내년에는 하지 말아야지 이제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하시지만 김장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김장 준비를 서두르신다. 하긴 슬하에 자식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되뇜이 언제야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아무튼 김장을 마치고 몸이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한 해 겨울 양식 준비를 무사히 마쳤다.
오늘 이른 새벽부터 아내가 분주하다.
어제 김장을 마치고 와서 몸이 아파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했는데 아마 새벽에 처제가 장모님을 모시고 와서 온천을 가는 모양이다. 그렇게라도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리며 한결 좋아지겠지. 감사하고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