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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의 왕이라 불리는 멸치 예찬

멸치 대멸치

by 박언서

엇그제 우리 사무실과 관련이 있는 한 단체에서 남쪽 바닷가 여행하는데 동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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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에서 내려 유람선도 타고 회정식도 먹고 해양 공원도 구경하고 하루를 잘 보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반짝이는 은빛 물결 그리고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바다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황금 들판 또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만큼이나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우리 일행은 바닷가 여행 중 유명한 건어물 시장 구경도 했다.

시장은 언제 가봐도 정겹고 사람 사는 느낌이다. 여기저기서 가격을 흥정하고 손님을 부르는 소리가 떠들썩하지만 시끄럽다거나 소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시장에서 나도 한 부분을 차지하며 그냥 살아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꼭 물건을 사거나 흥정을 하지 않지만 구경만으로도 채워지는 느낌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건어물을 팔고 있지만 함께한 일행들은 멸치에 관심이 많다.

그런 멸치도 크기나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고 가격 또한 차이가 많이 난다.

사람들이 건어물 시장에서 멸치를 많이 찾는 이유가 있다. 우리네 밥상에서 멸치는 가장 기본적인 반찬이며 누구나 즐겨 먹는 반찬 중에 한 가지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다. 짭짤해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건어물 가게에서 멸치가 인기 좋은 상품인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내가 주로 거래하는 쇼핑몰의 멸치 크기별 명칭은 세멸치, 자멸치, 소멸치, 중멸치, 대멸치로 구분해 부른다. 그 중 나는 세멸치와 대멸치를 선호한다. 세멸치는 아주 작은 멸치라서 한 박스를 구입하면 혼자서 먹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아 장모님이나 처제와 나누어야 한다. 그리도 대멸치는 1.5kg 한 박스를 구입하면 바로 멸치 머리와 몸통, 내장, 꼬리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혼자서 하면 약 두 시간 가량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해서 몸통은 비닐 봉기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머리는 간장을 부어 놓으면 멸치 간장이 된다. 내장과 꼬리는 버린다. 나는 멸치를 좋아해서 바로 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하고 꽈리고추와 조림도 하고 묵은 김치 지져먹을 때 사용하기도 하고 멸치 육수 낼 때도 쓴다.

그런 멸치를 엊그제 동행한 단체에서 1.5kg 한 박스를 사서 주었다.

대멸치다. 때마침 멸치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고맙게도 횡재를 한 기분이다.

일찍 퇴근하니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간단하게 밥을 먹고 T/V를 켜 놓고 멸치 손질을 했다. 가끔은 손에 잔가시를 찔리기도 하지만 늘 하던 일이라 제법 노하우도 있어서 시간이 단축되기도 하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한 번 수고하면 몇 달간은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요즘 멸치는 너무 짜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아서 좋다. 멸치는 온갖 요리에 조미료 역할도 하지만 가끔 맥주나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다. 또한 간편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안주로 멸치 만한게 없다. 평생을 먹어도 멸치에 대해 다 알 수 없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다. 문득 멸치를 받고 나니 국민 반찬이라 불리는 멸치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써 보았다.

아마 우리집 냉장고에 멸치가 떨어지는 날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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