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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Feb 24. 2023

커피 한 잔을 들고 트롯을 듣는다.

 커피를 한 잔 먹어가며 트롯을 듣는다.

 요즘 종합편성 프로그램 방송에서 트롯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각 방송사 마다 제목만 조금씩 다를 뿐 대한민국의 트롯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프로그램은 경연 방식으로 진행된다. 많은 도전자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보지만 마스터들의 냉혹한 평가를 견뎌가며 생존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노래를 부를까?

 노래 한 소절 가사 한마디 한마디의 결과에 따라 다음 라운드 진출과 탈락의 경계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도전자들의 문은 점점 좁아진다. 작은 실수 하나로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중압감이나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꼭 살아 남아야 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또한 참가자들의 연령을 보면 아직 어린 나이부터 환갑이 넘을 사람까지 다양하다. 누구는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일 수 도 있고 누구는 인생의 도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보는 사람들은 나름의 타고난 재능이나 끼가 있다고 말을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나 끼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재능이나 끼만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트롯 가수로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수 백 수 만 번을 부르고 또 부르고 목이 찢어지고 피를 토하는 고통을 참아가며 연습에 연습을 해도 10위권에 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T/V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면서도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하는 탈락자를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실력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연으로 최후의 1인을 가려야 하는 방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요즘에는 마스터들의 점수와 시청자들의 투표 점수가 합산 반영되는 평가 방식이다 보니 더욱 냉혹하다. 물론 시청자들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신인 가수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투표에 동참하지만 그 당사자들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이해가 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트롯 한 곡 정도 못 부르는 사람은 없다. 

 설사 음치나 박치라 해도 음악만 나오면 흥얼거릴 수 있다. 노래는 한 시대를 표현하는 문화이며 우리의 삶에 애환을 달래주는 중요한 공연예술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유신정권에서는 노랫말을 문제 삼아 금지곡이라는 낙인을 찍어 방송이나 공연을 못하게 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트롯은 그 치옥과 오명의 시대를 넘어 역사를 새로이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청춘을 말한다면 팝송과 영화음악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요즘 MZ세대는 트롯으로 표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흥겹게 부를 수 있는 음악이 바로 트롯이다 보니 한 시대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다. 도시나 농촌 어디에서도 어른이나 아이 가릴 것 없이 트롯의 흥겨운 노래만 나오면 어깨가 들썩인다. 

 트롯은 그 옛날 막걸리 같은 구수한 노래가 아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도 젊은 트롯 가수가 노래하는 영상을 보며 커피를 먹고 트롯을 흥얼거리는 시대다. 대한민국의 트롯 역사에 영원히 남을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노래는 우리의 삶에 있어 기쁨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애환을 달래주기도 했다. 세상사를 노랫말에 담아 목놓아 한 곡 뽑아대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오늘 아침에도 커피를 한 잔 타 놓고 10살 나이가 믿기지 않는 “님은 먼 곳에” 영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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