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날이 좋다.
엊그제 15일 장날이 토요일과 겹쳤다.
새벽에 목욕을 갔다가 해장국을 먹고 장을 한 바퀴 돌아봤다. 마누라는 아침부터 추운데 뭐 하러 가느냐며 짜증이지만 나는 재미도 있고 오늘은 무엇이 나왔을까 궁금함에 설렌다. 나는 장에 가면 항상 둘러보는 곳이 있다. 장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품목별로 구역을 나누어 자리를 잡고 장사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야채전, 생선전 그리고 옷이나 과일을 파는 곳 등이다. 그중에 나는 생선전을 자주 구경한다. 생선전을 자주 가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야채는 내가 농사를 짓기 때문에 그런지 야채 보다는 생선이 더 궁금하다.
비린내가 난다.
생선전 시장 바닥은 언제나 흥건하게 졌어 있다. 냉동 생선부터 살아서 움직이는 생선까지 다양하지만 싱싱함을 유지하려면 짭짤한 바닷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생선전에 가면 우선 계절에 따라 제철 생선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싱싱하고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물론 모든 물건이 마찬가지겠지만 생선은 무엇보다 싱싱함이 우선이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굴이나 꼬막이 맛있다.
지난 5일 장날에 2만 원에 꼬막을 두 봉지를 사서 한 봉지는 우리 동네 경로당에 드리고 남은 한 봉지는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동네 경로당에 드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정월대보름날 인사차 들렸더니 얼마나 맛나게 드셨는지 할머니들이 다들 잘 먹었다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우리 부모님도 예전에는 경로당에 다니셨지만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어도 가끔 지나는 길에 경로당을 들려 인사를 드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빈손으로 들어가지 죄송해서 과일이나 먹을거리를 사서 들고 간다. 예전에 부모님이 경로당에 다니실 때는 소액이지만 돈으로 드리곤 했는데 돈보다는 주전부리 할 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한다.
토요일 장날에도 생선전을 갔다.
지난주 5일장 사다 드린 꼬막을 맛있게 먹었다고 하기에 나도 먹고 싶어 다시 찾았다. 가격은 지난 장과 변함이 없고 꼬막을 크기별로 담아 놓고 가격표도 붙여놨다. 큰 것은 2kg, 조금 작은 것은 3kg 1만 원이다.
그래서 나는 3kg짜리 한 봉지를 샀다.
꼬막을 한 봉지 사고 나니 옆에서 코다리를 파는 사장님이 마수거리를 해야 한다며 코다리와 가자미를 권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코다리 4마리를 8천 원에 사고 오는데 마누라가 서운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아마 가자미도 사고 싶어 하는 눈치라서 다시 돌아가 가자미 한 소쿠리를 1만 원에 또 샀다. 이른 아침부터 28,000원어치 생선을 산 것이다. 꼬막은 바로 삶아서 먹어야 하는데 둘이 먹기는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처제네 식구를 불렀다.
코다리나 가자미는 겨울이라 두고 먹어도 상관없지만 꼬막은 바로 삶아서 따뜻할 때 먹어야 더 맛이 있다. 그렇게 넷이 실컷 먹고 남은 꼬막 살을 모두 발라 비빔밥을 만들어 마무리를 했다. 주말에 장이 겹치는 날이면 나는 특별하게 살 물건이 없어도 장에 가고 싶다. 마누라는 늘 뭐 하러 가느냐 성화지만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살 물건이 생기기도 하고 둘러보다 친구라도 만나면 국밥집에 가서 막걸리도 한 잔 하는 재미가 있어 간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 장에 가야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장날이 되면 시골에서 버스나 트럭 등을 타고 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물건을 사러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팔러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흥겹고 정겹고 시끌벅적한 곳이 장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오고 가다 만나면 안부를 물어가며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곳이 바로 시골 장의 멋진 풍경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맛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