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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봄나물

봄은 꽃도 좋지만 나물도 맛있다.

by 박언서

지난 토요일에는 일이 있어서 산에 못 갔다.

해마다 요맘때면 봄나물을 뜯으러 다니곤 했는데 올해는 일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짬이 나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일요일에 아침을 먹고 시골집에 가서 잡다한 일을 마치고 산으로 갔다. 내가 봄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곳은 소유가 종중으로 되어 있고 우리 소종중에서 관리하는 산이라 부모님 산소도 있어 자주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 간간히 비도 내리고 바람도 약하게 불기 시작했다. 농작업은 어제 내린 비로 인해 밭이 질퍽거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해마다 두릅순을 따는 장소에 올라가니 벌써 먹을 만큼 자라 있었다. 부랴부랴 장갑을 두 겹으로 끼고 순을 따서 내려왔다. 두릅나무는 길게 자라고 가시가 많은 나무라서 잘못하면 가시에 찔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올해에도 나눠 먹기에 충분하다.

나는 두릅순을 따면 가까이에 살고 있는 동생과 함께 먹는다. 두릅순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으면 근사한 안주로 그만이다. 그래서 두릅순을 따오는 날이면 동생네를 불러 술도 한 잔 나누며 입으로 느끼는 봄을 즐긴다.

봄나물은 다양하다.

특히 요즘에는 머위와 햇잎순(화살나무), 고추나무잎 나물이 맛있다. 어린 머위는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우게 하고 햇잎순과 고추나무 잎은 고소해서 맛있다. 그 밖에도 엄나무순이나 오가피순은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나물이며 다래순이나 원추리, 싸리순도 봄나물로 그만이다.

나물은 삶아 먹어야 하는 것도 있다.

나물은 종류에 따라 삶아서 먹어야 하는 것이 있고 바로 무침으로 생식이 가능한 것이 있다. 고사리나 다래순 나물은 생으로 먹을 수 없고 반드시 삶아서 독성이 제거된 다음에 먹을 수 있다. 또한 원추리나물은 어린 순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따라서 나물을 채취하기 전에 반드시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아는 종류만 채취해야 하는 것이다.

본인 소유가 아닌 장소의 나물 채취는 불법이다.

도로변이나 공공장소 관광지 등에서 나물 채취는 불법이기도 하지만 중금속이나 제초제 등에 오염되어 먹지 않는 게 낫다. 또한 청정한 지역에서 본인이 채취한 나물이 아니고 시장에서 구매할 때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나물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농촌에는 종중 소유의 산이 많다.

혹시 도시에 나가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고향에서 살던 추억을 회상하며 가족들과 너른 들판이나 산을 돌아다니며 봄바람에 나물을 뜯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히 봄나물은 봄철 입맛이 없어 식욕이 떨어질 때 입맛을 돋우게 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물론 제철에 나오는 야채나 과일을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봄을 제대로 맛보려면 나물이 최고다.

봄은 나물도 좋지만 꽃도 좋다. 봄에 피는 꽃은 잎이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꽃이 피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삭막한 겨울을 지나 새봄에 처음으로 피는 꽃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산수유를 시작으로 개나리나 목련꽃 그리고 벚꽃은 봄을 만끽하기에 좋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전국 어디를 가도 벚꽃 거리를 만들어 축제를 하는 곳이 많이 있다.

나물은 풀이다.

어려서는 이런 나물 반찬이 싫었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나물 반찬 보다 고기반찬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봄나물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농촌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종류의 나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올해도 나물을 찾아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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