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이면 손주는 보게 되었다. 두 아이 모두~~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아니 즐거움이라기보다 행복함이 더 어울리는 표현 같다. 두 아이가 혼인을 했지만 몇 해가 지나도록 손주가 없어 직접 물러보기도 불편해 차일피일했다. 그런데 지난 2월경에 둘째 아이가 기쁜 소식을 가져왔는데 이어 큰 아이도 두 배의 기쁨을 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손주가 태어난다.
요즘은 참으로 신기한 세상이다. 도시에 사는 며느리가 산부인과를 다녀오면 시골에 있는 내가 핸드폰 앱으로 태아 움직임 등 초음파 사진을 볼 수 있다. 그것도 태아의 크기와 움직임 등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일에 행복한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기성세대 생각은 고정관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과 다르게 기성세대는 자녀가 결혼을 하면 손주를 연결 지어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오랜동안 살아가며 서서히 익숙해져 습관이 몸에 굳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출가를 하면 손주가 태어나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생각이 다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모님 세대와 생각이 다르다. 결혼은 해도 둘이 협의하여 어떻게 살아가며 2세는 언제 가져야 하는지 계획을 세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이미 결혼을 하면 자녀 양육과 교육 등에 대한 현실이 녹녹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말을 하고 싶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집에 내려오면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괜히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불편해할지 모른다는 선입견에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은 더 애달프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이 할아버지 언제 되느냐고 농담이라도 하면 군색한 답변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한 답면이 있다. 그런 자리에서 나는 그 일만큼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고 아이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자랑스럽게 말한다.
금년 10월 말경이면 손주가 태어난다. 첫째와 둘째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 예정이다. 굳이 산모에게 아기의 건강 상태를 물어보지 않아도 편하게 볼 수 있어 좋다. 아내는 아이들의 초음파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있게 본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일이기에 더욱 그런 모양이다.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기쁜 일일까?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는 늙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사람은 늙었다는 말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고 농담이라고 젊다는 말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손주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상황은 너무나도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우리 아내도 마찬가지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피부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얼굴만 보고 나이를 판단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아내도 이제 할머니가 되지만 싫은 내색은 아니다. 본인 스스로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할머니가 된다. 그래도 태어날 손주를 생각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말에 그저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냥 평범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좋다.
고등학교까지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과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바르게 자라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다.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자식이 태어날 2세를 위해 노력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안쓰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안쓰럽지만 이런 소소한 일은 나이를 들어가며 느낄 수 있는 커다란 행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