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마음을 데리고 가는 법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진료실에서 비만환자들을 보다보면 늘 부딪히는 딜레마는 쉽지않은 식이와 운동을 어떻게 끌고 가는가 하는 문제다. 요즘에야 위고비니 마운자로니 하는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기를 원하고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군은 분명히 있다. 한약과 침을 활용한 치료를 함에도 결국은 본인이 해야 하는 부분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 사실 비만치료를 위해 병원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동기와 의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 동기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은 본능적으로 저항을 한다.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마음대로 안돼요. 사실 너무 하기 싫어요” "요즘 날이 추워서 운동하기 어려워요"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는데 친구와 약속을 잡지 않을 수도 없구요, 연말이라 송년회도 많아요”
달고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편해지는 감정, 음식을 줄이면 찾아오는 공허감과 우울감, 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밀려오는 피로감. 이런 감정들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주 꾸준하게 예약을 지키고 외래를 내원하면서 약속을 지켜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기 싫다"는 감정을 안고 움직이는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20년 전, 한겨레신문에 ‘자연건강법’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첫 회 제목을 이렇게 썼다. “몸을 귀찮게 하세요.”첫 문장은 “사람의 몸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로 시작했다. 관절과 근육의 구조만 보아도 인간의 몸은 움직임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대니얼 리버먼의 《운동하는 사피엔스》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은 에너지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종이라는 것이다. 운동이 싫어지는 감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 전략의 흔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운동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진화적 저항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식이 조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욕구를 참는 일이 아니라 신경, 호르몬 시스템과의 조율이다. 인간은 본래 단맛과 지방을 선호하도록 진화해 왔다. 과거에는 언제 다시 음식을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고열량 자원을 발견하면 섭취하고 지방으로 저장하는 것이 생존이었다. 그 과정에서 도파민 보상계는 단맛과 지방에 강한 신호를 보내도록 학습했고, 몸은 지방을 축적하는 쪽으로 최적화됐다. 그래서 초콜릿과 튀김 앞에서 흔들리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와 몸이 과거의 환경에 맞춰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경이 변했다는 점이다. 기근의 위험은 줄었지만, 몸과 뇌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 충돌이 현대 비만의 한 축을 만든다. 따라서 “왜 나는 의지가 없을까”라는 자책은 정확한 질문이 아니다. 더 적한 질문은 이쪽에 가깝다. “내 몸이 왜 이렇게 반응하는가, 그리고 어디를 조정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다. 목표를 다시 설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으며,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지가 아니라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이다.마이클샌들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능력과 성취를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설명하는 관점을 비판한다. 인간의 행동 지속력은 순수한 정신력의 산물이 아니라, 신경계의 반응성, 도파민 보상 민감도, 감정 조절력, 충동 억제 기능,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내성과 같은 생물학적 차이와 기질의 영향이 작동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기 싫은 마음을 밀어붙이는 힘도, 어느 정도는 기질적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실패가 예정된 것일까? 의지가 약하다면, 노력은 무의미한 것일까? 하지만 비만치료를 하면서 실제로 보는 사람들은 꼭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그런 기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운 사람이 멀리 간다. 타고난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후천적 습득이 기질의 한계를 덜어낸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환자들에게 “의지를 갖고 운동하고 식단을 해보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의지가 아니라, 환경부터 바꿔볼게요.” “실패가 아니라, 다시 조정하는 단계라고 생각해보세요.” “멈춘 게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고 있는 중일 수 있어요.” 결국 비만 치료에서 중요한건 의지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힘이다. 하기 싫은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보다, 하기 싫은 마음을 데리고 움직이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매일매일의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대화하며 나는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