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으로 살아온 아내
‘여보’
이런 단어를 말로 해보는 것도 참 어색할 정도로 나는 내 아내를 그냥 ‘짱구’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만화영화 ‘짱구’가 내 머리에 강하게 자리 잡은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언저리쯤 우리 귀염둥이 딸이 태어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누라는 ‘짱구’라 불려 왔다.
사람들은 가끔 내가 ‘짱구야!’하고 부르면 아내에게 애 이름이 짱구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아내는 그게 아니라 내가 ‘짱구’라고 이야기하면서 씩 웃으며 오히려 상대에게 ‘웃기죠?’하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내 아내를 왜 ‘짱구’라고 했을까? 아마 짱구처럼 귀여워서가 아닐까? 지금도 생각해 보면 참 우습기도 하다. 그래도 아내는 항상 내가 ‘짱구야!’하는 외침에 웃으며 대답을 잘 받아 주는 것을 보면 그리 싫은 애칭은 아닌 모양이다.
어느덧 50이 훌쩍 넘겨버린 아내를 바라보면 청춘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자리엔 성숙한 여인이 더욱 빛을 발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는 영원히 청춘인 내 아내 ‘짱구’가 자리한다.
그래서 더 큰 소리로 불러본다 ‘짱구야 많이 많이 사랑해! 항상 내 짱구가 되어줘!’라고 말이다.
아내의 미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