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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별미, 방어(魴魚) 그리고 동문회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하나

by 박상준


방어(魴魚)는 전갱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몸은 긴 방추형이고 약간 옆으로 납작하다. 몸빛은 등 쪽이 철색(鐵色)을 띤 청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인데, 주둥이에서 꼬리 자루까지 담황색의 불선명한 띠가 있다. 몸길이는 1m가량이다.


이런 방어는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 「세종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 등 옛 기록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어는 고급어종에 속해 생선회용으로 활어(活魚)나 선도 높은 선어의 재료로 사용되어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그런 방어를 맛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초겨울, 바로 지금이다. 과거와 달리 냉장 처리 기술과 운송 수단의 발달은 방어를 산지에서 원격 소비자에게로 이동을 가능케 하였다.


처음 제주도 방어를 구매하여 함께 나눠 먹은 일은 내가 지역 의과대학 동문회장을 맡아 송년회를 준비하면서다. 동문회 날짜에 맞춰 주문하면, 손질된 방어가 당일 배송으로 도착하였고, 이것을 솜씨 좋은 횟집에서 썰어내 송년행사의 만찬 음식으로 내놓았다.


말이 필요 없이 방어회에 대한 동문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기름기가 바짝 오른 한 점의 방어를 초장이나 고추냉이를 곁들인 간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진정 대방어를 먹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또한, 남은 방어의 뼈와 함께 미역을 넣어 장시간 푹 고아낸 방어 지리는 가장자리에 노란 기름이 떠오르고, 입에 넣었을 때 터지는 시원함과 고소함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송년회 중 마신 술이 확 깨는 느낌에 놀라 눈이 저절로 크게 떠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기억은 이런 제철을 음식을 마련하여 동문 선·후배가 한 해를 보내면서 서로 무사함에 감사하고 다가올 새해를 더욱 건강하고 발전하는 동문이 되기를 서로 기원하는 훈훈한 마음이 아닌가 한다.


더 늦기 전에 더 잊히기 전에 모두 함께하는 선·후배로 끈끈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동문수학의 정을 나누는 송년의 저녁이 되기를 기원한다. 방어가 준비된다는 며칠 전 동문회 총무의 송년회 소식이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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