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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조카에게

이부작의 편지

by 이부작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조카에게』


오월은 꽃이 피는 달이기도 하지만,

오월은 꽃이 지는 달이기도 합니다.


이십 사년 오월의 열하룻날, 봄날의 청춘 한송이가 멀리 소풍 떠난날!

울고 있는 아빠를 뒤로한채, 사진속 너는 장미처럼 활짝 웃고 있었지.


그날 그곳은 슬픔과 죽음, 웃음과 삶이 공존한 경계 지대였다.

마치 강물과 바닷물 만난, 삽교호 하구 적막한 겨울 같았었지.


떠날 채비 하는 사진속 널보고,

남아 있는 우린 소주를 마셨어.


아니 말 그대로 술을 한말 배속에 들이 붇고, 모두 울고 웃고 취했지.

술을 못 마시는 이도 생수 한통을 벌컥 붇고, 모두 웃고 울고 취했어.


그날, 너의 사진과 나의 식탁과의 사이는 불과 몇미터 거리였지만,

우린, 너가 보이면 울고 안보이면 술취해 웃는 삐에로 배우였단다.


시간은 흘러,

꽃지는 봄과 추운 여름 지나, 빈곤의 가을과 처마에 얼어버린 겨울 밤가고,

꽃피는 봄이 다시 우리 앞에, 그리고 당진의 소나무 숲속에도 찾아 왔구나!


한번도 만난적 없는 조카에게,

삼촌이 부탁을 하나 해도될까?


오늘은 어린이날,

아마도 아빠는 조용히 너의 방을 둘러보며, '옛날 사진' 가슴에 보듬고 있을거야.

그러니 조카도 가끔씩 아빠 꿈에 나타나서, '아빠 안녕' 웃으며 안부를 전해주렴?


'당진의 안국사지 근처 소나무 숲에서 뛰놀고 있을 너에게, 행복해 그리고 안녕'



이 글을 쓰기가 참 쉽지 않네요...

오늘 어린이날인데, 거래처 사장님의 어머니 장례식 때문에 '형'을 다시 만났습니다.

너무나 씩씩한 '척'하지만 저는 압니다. 장례식장 상주만큼 슬픈 사람은 그 '형'입니다.


그 '형'과 소주를 들이 붇고 헤어졌습니다.

몸이 취해야 하는데 정신은 말짱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많이 취했습니다.

며칠 전 당진의 안국사지 근처 선산에 있는 딸을 만나고 왔다며 소나무 사진을 보여주는데...

저도 이리 마음이 아픈데 '형'은 얼마나 더 그리울까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조카의 명복(행복)을 다시 빌어봅니다.


◆ 수요일 : 당신은 빼어날 '수(秀)'입니다. 오늘 행복을 '수'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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