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여행기
[형의 마지막 배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다]
헤어짐의 시간이 싫어서인지 숙소로 오는 동안 형과 나 사이엔 특별한 말이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방으로 올라가는데 형이 유리테이프를 구해서 뒤따라 들어왔다. 형이 자리에 앉더니 짐을 챙기기 전에 석청을 달라고 하였다. 무슨 이유인지 몰랐지만 석청을 드렸다.
형은 석청을 받아 들더니 입구 쪽을 테이프로 여러 번 감았다. 혹 기압 때문에 석청이 새나올 까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정말이지 나는 1박 2일의 짧은 시간 동안 셈이 안 되는 어마어마한 형의 배려를 받았다. 이러한 특별한 배려를 받은 만큼 나도 나중에 형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20~30배 이상의 보답을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짐을 다 챙기고 이제는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형은 눈물 나게 고맙게도 공항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짐을 들고 1층으로 내려와 방값을 계산했다. 그리고 숙소를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하자 형이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면서 또 타라는 것이었다. 형이 직접 오토바이로 나를 공항까지 바래다준다는 것이었다. 혹시 차가 막힐지 모르니 오토바이로 가자는 형의 마지막 배려였다. 짐이 있어서 무겁지 않겠느냐 했지만 걱정 말라며 오토바이를 움직였다.
평생 탈 오토바이를 1박 2일 만에 다 타보는 것 같았다. 엉덩이가 아팠지만 기분 좋게 짐을 들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다행히 토요일(네팔은 토요일이 한국의 일요일처럼 공식 휴일이다) 이어서 차가 많지 않아 막히지 않고 수월하게 공항에 도착하였다. 트리뷰반 공항은 비행기표가 없으면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입구 앞까지 우리는 이동을 하였다.
그때 꺼멀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꺼멀을 괜히 공항까지 오라고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꺼멀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Kamal, thank you for everything. Take care. I’ll miss you so much. See you next year"
“I’m sorry, I couldn’t go to the airport because of traffic”
“No, it’s ok. Just take care. Good bye.”
꺼멀과의 통화가 끝났다. 한국에 돌아가면 꺼멀이 많이 보고 싶어질 것이다. 이제 형과 헤어질 시간만 남았다. 어제오늘 너무나 행복했는데 막상 이렇게 헤어지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떠나면 언제 다시 형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이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다 결국 형의 하회탈 같은 얼굴을 보고 포옹을 하자마자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보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형은 그저 말없이 우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애기처럼 훌쩍훌쩍 울어봤던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참 뜨거웠다.
형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왜 그래, 금방 다시 볼 거잖아' 형의 눈은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도 무섭나 보다. 따지고 보면 작년과 올해 트레킹에서 형과 만났던 날은 정확히 7일밖에 안되었다. 작년 ABC 트레킹 중에 3일, 올해 도착한 날과 다음날 아침 2일, 그리고 어제와 오늘, 이 짧은 시간에 우리는 친형제보다 더 깊은 의형제의 정을 만들었다. 감정을 추스르고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말을 하였다.
"형, 정말 너무나 감사했어요, 자주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꼭 빨리 다시 만나요!"
"그래, 이제 들어가렴, 항상 건강해라."
마지막으로 형을 와락 끌어안고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형은 내가 들어갈 때까지 그곳에 서있었다. 공항 출입구가 닫히자 더 이상 형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시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