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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을 맞이하는 나, 그리고 아이유

by 송현탁

나와 아이유는 93년생, 현재 29살로 동갑이다.

본래 연예인이라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나에게 있어, 연예인의 나이를 외우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그런 내가 아이유의 나이를 인지하게 된 계기는 아이유의 스물셋이라는 노래를 알게 된 후였다. 그냥 들어도 좋은 노래인 스물셋이라는 노래는 같은 스물셋의 나이로 함께 살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 많은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노래였다. 그렇게 스물셋은 스물세 살의 나에게 있어서 더욱 뜻깊은 노래로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나는 어느덧 29살이 되었다. 그저 23살의 철없던 아이가 아닌 내년이면 30살이 되는, 진짜 어른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하나둘 씩 결혼하기 시작했다. 이번 달 초에도 그런 동갑내기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에 대한 축하의 마음과 동시에, 결혼 계획이 하나도 없는 나에게 있어서 뭔가 싱숭생숭한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결혼식이었다. 그런 결혼식에서 친구가 마지막 엔딩곡으로 선택한 노래는 아이유의 라일락이었다.

아이유라는 가수는 좋아하지만, 평소에 신곡을 찾아 듣지 않던 나에게 그 곡은 처음 듣는 노래였다. 가사도 그 당시 결혼식에서 듣기에는 완벽이니, 기쁜 일이니 하는 걸 보면 결혼식에서 썩 어울리는 곡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여느 좋은 노래를 찾았을 때처럼 아이유의 라일락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수도,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찾아다닌 결과 앨범 차트 1위 곡이라는 이유로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곡을 주의 깊게 들으며, 가사를 되새긴 후에 이 곡은 결혼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흘려듣기로는 결혼식에 꽤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던 라일락의 주제는 작별이었다. 친구가 적절히 노래에 편집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날 내가 그저 흘려들어서 이 곡이 결혼식에 어울리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둘 중 사실이 어느 것이던, 기분 좋은 결혼식을 마쳤을 친구에게 그 사실을 전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기에 나는 그 사실을 그저 속에 담아놓았다.

그리고 아이유의 라일락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들었다.


라일락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

이 노래는 나와 마찬가지로 29살을 맞이하는 아이유가 자신의 20살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다. 아이유는 노래를 통해서 기쁘게 이별을 준비한다.

아이유의 스물셋을 들으면서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스물셋의 나와는 반대로, 이 노래를 듣는 스물아홉의 나는 이 노래에서 무언가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본 결과, 그 핵심적인 이유는 아이유는 29살을 담담하게 보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만, 나는 전혀 그런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 나이가 아닌 정서적 나이를 나 자신에게 자문했을 때, 나는 어느 순간부터 25살 즈음에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중반이라는, 어디와 어디 사이인지 모를 경계에서 나는 끝없이 헤매고 있다. 정서적인 진보는 없었으며 그저 끝없이 쳇바퀴만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위기의식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 바로 29살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느껴졌던 출처를 알 수 없던 불안함은 29살이 돼서야 드디어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30살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20살의 영역에서 머물고 있었다.

모두 20살에 성인이 되고, 30살을 맞이하면서 진짜 어른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난 20살에 성인이 되었지만 진짜 어른이 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10대, 20대에 예상했던 30살이 된 나의 모습은 지금 29살인 나의 모습과 겹치는 점은 전혀 없었다. 30살의 나는 어른스러웠고, 책임감이 강하며, 안정적인 사람이어야 됐다. 하지만 난 여전히 어린애 같았으며, 책임을 피하고 싶어 하고, 여전히 불안정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30살이 두렵다.

나는 내 세계 속의 시계를 부수고, 계속해서 29살에 머물고 싶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6월 말, 나의 20대도 이제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의 끝으로 달려갈수록 시간의 가속력은 점점 빨라지고 있고, 나도 고개를 돌려 30살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것이다.

아이유처럼 20대와 아름다운 이별은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서로 나쁜 감정 없이 이별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내가 꿈꿨던 20대를 완성시키지 못했기에,

나의 20대에게 그저 미안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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