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있는 00사의 선방에서 처음 철야정진을 했다. 저녁 무렵 들어가 밤을 새워 다음 날 오전 6시에 마치는 일정이었다. 00사는 처음 뵈었던 큰스님이 선방의 조실로 계신 절이어서 한번 와보고 싶었던 절이었다. 경내는 넓고 고요했다. 국제선원이 있어 이따금 외국스님이 지나가는 낯선 모습도 보였다.
선방으로 들어와 각자 짐을 한 곳에 정리했다. 수련을 시작할 때는 ‘졸지 않아야 할 텐데', '이렇게 긴 시간을 어떻게 앉아있지?’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 이전까지는 하루 1~2시간씩 명상을 했지만, 12시간을 연속으로 하기는 처음이었다. 두 시간 명상 후 10분 휴식의 리듬으로 진행되었다.
다들 묵묵히 앉아 있었다. 첫 2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조금 깊어지고 내면으로 서서히 몰입이 되었다. 말하는 사람이 없어 절로 묵언수행으로 진행되었다. 마음의 방향은 나를 향하고 있었고, 주위는 한층 더 고요하게 느껴졌다. ‘이런 게 무심의 체험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새벽 2시쯤 되자 몸이 무겁고 체력적으로 버거움이 왔다. 3시가 지나자 오히려 다시 깨어난 듯하며 몸의 흔들림 없이 명상이 이어졌다. 몰입이 아주 깊지는 않았지만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6시가 되었고, 12시간 정진을 마쳤다.
조금 힘들었지만, 졸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했다. 피로감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해산하자마자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 00사를 나서 칼바위를 거쳐 진달래 능선을 따라 우이동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했다. 00사 경내를 나서자 새벽빛이 산자락에 스며들고 있었다. 절 뒤편 오솔길로 접어들어 돌계단과 흙길을 번갈아 밟으며 능선으로 올랐다. 숲 속은 안개가 옅게 깔려 있었고, 이따금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능선에 오르자 하늘이 점차 파란빛을 발하고, 걸음은 한층 가벼워졌다. 날은 화창했다.
여유 있게 경치를 감상하며 산길을 오르는 동안 하얀 화강암 바위가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다. 마당바위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쉰 다음 칼바위에 오르니 멀리 백운대가 보였다. 아래로는 도시의 정경이 펼쳐졌다. 하산은 대동문, 진달래 능선을 따랐다. 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 가끔씩 바위에 비쳐 눈을 두드리는 빛이 지쳤던 발걸음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 모든 순간도 명상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산행을 하고 나서도 마음은 평온했고 정신은 맑았다. 하루 밤을 새웠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는 에너지의 흐름이 달라지고, 심신의 상태가 다르게 변한다는 것을 체득한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신촌 숙소로 돌아오며, 창밖의 세상이 조금은 새롭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