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동아리의 문예지를 만들며, 두 페이지 분량의 수필을 쓰는데 며칠이 걸렸다. 한 문장을 쓰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했다. 다른 친구들이 쓴 글을 보고 나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친구 J는 초등학교 시절 통영에서의 일화를 적었는데,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만큼 생생하고 맛깔났다. 친구의 추억에 절로 공감이 되었다. 다른 친구 P는 시를 적었는데, 같은 나이에 그렇게 깊은 사유와 정서를 가진 것에 내심 놀라기도 했다. 문학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들의 글을 보며 내 글은 밋밋하다고 느꼈다.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소식지를 만들었다. 주로 원고 수집과 기초 편집을 했다. 인쇄소에서 교정을 보고, 완성된 소식지 수천 부를 직접 나르기도 했다. 때로 몇 꼭지의 글을 직접 쓰기도 했는데, 주로 만평이나 유머코드의 풍자글이었다. 그때도 유려하게 써지기보다는, 여러 번 고쳐가며 문장을 다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글과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책을 자주 읽다 보니 글쓰기도 조금씩 나아졌다. 『문장 기술』, 『글쓰기 공중부양』, 『글쓰기 만보』 같은 책도 읽고 나름 노력하여 이전보다는 좀 더 읽기 편한 글이 되어갔다.
그가운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글쓰기 지침은 ‘말하듯이 써라’였다. 독서스터디도 하고 직업성 강의도 간간히 하여 말할 기회는 꽤 있었다. 그때의 느낌으로 글을 쓰다 보니, 몇 문장 쓰고 고치는 흐름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전공과 관련된 글, 수련과 관련된 글을 꾸준히 쎴다. 특히 명상일지를 쓰면서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명상을 지도할 때, 일지를 쓰는 것을 권했다. 어떤 사람들은 글쓰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수련일지를 작성하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련일지 작성 방법을 안내하였다.
먼저 수련할 때 있었던 사실을 간단히 적는다.
예를 들어 호흡이 깊었는지 짧았는지, 자세가 안정적이었는지 아니면 불편했는지, 생각이 많이 일어났는지 혹은 졸았는지 등 구체적인 체험을 기록한다.
다음으로 수련 중 느꼈던 감정이나 마음의 흐름을 떠올려 적는다.
마음이 평온했는지 불안했는지, 집중이 잘 되었는지 혹은 산만했는지 등이다.
마지막으로 그날 수련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이나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면 덧붙인다.
예를 들어 “호흡은 억지로 길게 하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기다리면 깊어진다”고 느끼거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나의 내면이 반영된다”는 깨달음이 생겼다면 그것을 적는다.
이와 같이 하루하루의 수련을 글로 기록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혹은 애매하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모르는지를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모름의 자각’은 수행과 공부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때, 그것은 무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이 되고 더 깊은 탐구로 이어진다. 이러한 의문과 성찰은 명상의 길에서 자각과 통찰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모른다’는 상태는 끝이 아니라, 앎을 향한 열린 출발이 된다.
간혹 수련이 잘 되지 않는다며 일지를 쓰지 않으려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수련이 잘 되지 않았을 때일수록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안내한다. 수련이 어떻게 ‘안 되는지’를 적는 것만으로도 탐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호흡이 얕아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적었다면, 곧 '어떻게 하면 호흡을 깊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복부 근육이 긴장되어 호흡이 방해받는 것 같다'고 느꼈다면, 그에 맞는 이완 방법이나 보완 수련을 찾는다. 이와 같이 자신의 ‘잘 안 되는 지점’을 기록하고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수행이 깊어진다.
수련이 반복되고 그에 대한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수련의 통찰이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만약 자주 일지를 쓰지 못한다면, 며칠에 한 줄이라도 자신이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짧은 한 줄이 다음 수련으로 나아가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수련과 함께 걷는 글쓰기는,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