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역지사지 01화

3점 라인에서 배우는 여몽과 세네카의 지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by 서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매일 야외 코트를 찾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녁도, 비 내린 뒤의 서늘한 아침도 상관없다.

손에 농구공이 잡히는 순간,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된다.

그리고 늘 같은 자리, 3점 라인 바깥.

그곳에서 던지는 슛이 내 하루를 완성한다.

골망을 세게 부딪히며 울리는 ‘철썩’ 소리와 함께,

오늘도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간다.


#3점 라인, 나를 단단하게 하는 자리


토요일, 아침.

휴일이라 일찍 나가 슛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때였다.

코트 인근 공원 벤치에 늘 앉아 있던, 낡은 모자를 쓴 노인이 불쑥 말을 걸었다.

“던지는 건, 재능이 없으면 안 돼.”

말끝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내 손에 쥔 농구공을 한 번 훑어보았다.

두 달 만에 다시 마주한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그때처럼 묘한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사실 그 무렵만 해도, 내 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그에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매일 기본에 충실한 연습을 반복하며, 지금은 다르다.

연습이라면 10개 중 7개, 시합이라면 10개 중 4~5개는 넣는다.

사람들은 종종 ‘기억 속의 모습’만으로 다른 이를 평가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꾸준한 변화의 힘을 생각하니, 문득 삼국지 속 한 장수가 떠올랐다.


#사흘이면 다른 ‘나’가 돼야 한다


오나라의 장수 여몽(呂蒙).

젊은 시절 그는 무예는 뛰어났지만, 공부엔 관심이 없었다.

오나라의 왕 손권은 그를 볼 때마다 아쉬워했다.

어느 날, 손권은 조용히 말했다.

“국가의 큰일을 맡으려면, 칼보다 먼저 깊은 학문이 필요하다.”

그 말은 여몽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날부터 그는 창을 잡는 시간만큼 책을 잡았다.

병법서와 역사서, 정치 고전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몇 달 뒤, 그를 다시 만난 재상 노숙은 놀라 감탄했다.

“선비란, 사흘만 떨어져 있어도 다시 봐야 한다(士別三日 卽當刮目相對).”

이후 여몽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노숙 사후에는 손권을 보필하며 명장이 되었다.

매일 조금씩 변하고, 나아지고, 깊어지는 것.

농구공이 손끝을 떠나 링을 향할 때마다,

슛은 점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느낀다.

같은 코트, 같은 라인. 변함없는 풍경 속에서도

그 안에는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드는 작은 진심이 숨어 있다.


# 배움, 마지막 순간까지


문득, 무대가 달라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한 가르침이 생각난다.

바로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말이다.

“역사를 장식한 수많은 위인도,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마지막 날까지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말라.”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간 속에서 자라는 성장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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