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_속도보단 태도가 중요합니다.
초등 저학년, 다른 아이들의 선행 속도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종종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공부를 해야 적당한가요?’, 혹은 ‘수학 진도는 얼마나 빨리 나가야 하나요?’ 등을 질문을 받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초등을 거쳐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배워야 할 내용은 교육과정 안에 정해져 있습니다. 분수는 초등 4학년이 되면 배우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등 2학년이 되면 배운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님들이 왜 이런 질문과 고민을 하게 될까요?
학교를 벗어나 주변 친구들을 보면 학습 속도가 천차만별입니다. 대치동 수학학원에 가보니 고등 수학을 가르치는 반에 초등학생이 앉아있더라는 이야기, 중등 때 고2 과학을 미리 배워둬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크게 놀랍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런 소식을 듣고 나면 학교 안에선 별문제 없던 내 아이가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로 느껴지고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하지요. 마음 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립니다. “내가 혹시 뭘 놓친 건 아닌가?!”
선행 학습을 하는 논리는 간단합니다. 보통 수능 결과에서 재수생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재수생들이 1년간 수능만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왔기 때문입니다. 시간 투자를 했으니 그만큼 성과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고3 학생들은 내신 준비와 수능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므로 수능에만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서 부모님들이 고민을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도 고3, 1년을 수능 준비만 한다면 좀 더 좋은 성적을 받지 않을까?’ 이런 고민은 다음 결과를 가져옵니다. “고2까지 고3 진도를 다 마쳐야 수능 준비가 가능하니 중등에 이미 고등 진도를 어느 정도 나가야겠구나! 그러면 중등 교육과정을 초등에 공부하는 선행이 필수이구나!” 공부의 승패가 속도에 달려있다는 착각이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인지발달 속도가 빠르거나 지능이 높은 학생들은 선행이나 심화 학습을 통해 학습의 만족도나 몰입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친구들의 선행 과정과 성공적인 입시 결과는 주변 부모들의 마음에 ‘내 자녀도 이렇게 해봐야겠어!’라고 시동을 걸지요. 그러나 일반적인 학생들은, 비록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 ‘우수’ 수준 정도의 학생이라 하더라도, 선행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심화의 수준이 극도로 깊어지게 되면 학습에 대한 흥미가 아니라 학습에 대한 무기력감이 생기게 됩니다.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성취가 힘들고 스스로가 늘 부족해 보이기만 하니, 배움 자체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공부의 목적은 입시의 성공이 아닙니다. 공부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유능해지는지 그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작은 성공과 실패는 자신의 충동을 어떻게 조절할지, 좌절감을 어떻게 버티고 이겨나갈지 가르쳐줍니다. 초등 공부의 핵심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이겨나가는 태도를 키우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