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큰 눈이 내렸습니다.
여기가 홋카이도 오타루인 줄 알았지 뭐예요.
おけんきですか?
私は元気です
를 길거리에서 장난스럽게 외쳐 보았답니다.
큰 눈이 내리는 모습은
아름다웠고 평온했지만
길은,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로 미끄러워졌습니다.
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거친 바닥 위를 밟고 다니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미끄러지지 않게 걸어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
맨질맨질 반짝반짝 멋진 대리석을 생각 없이, 혹은,
실수로 밟았다가는, 아차 하는 사이에, 휘청
미끄러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
피부의 요철이든, 손톱 가장자리에 박힌 자그마한 가시든,
요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인생에 요철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안전장치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경복궁 근정전 앞에 쭉 늘어선 품계석 아래,
돌들이 깔려 있지요.
그다지 많은 가공을 하지 않고 자연석을
울퉁불퉁한 그 표면 그대로 깔아 놓은 선조들의 지혜를
뒤늦게야 알게 되었을 때, 아차, 싶었습니다.
서양 궁전들의 대리석 바닥과 비교하며
'왜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반들반들 돌을 깎아서 깔아 놓지 못했을까?'라고만 어릴 때 생각했는데,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그 돌길 위를 지나며 깨닫게 되었답니다.
궂은날, 미끄러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마음 쓰신 것이로구나.
좋은 날, 좋은 상황에는 누구나 좋은 태도를 보여 줍니다.
이럴 때 사람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하면 곤란해집니다.
나쁜 날, 나쁜 상황에도 좋은 태도를 견지하는지 아닌지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할머니, 평안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