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May 02. 2018

교육이란 게 제법 아프군

《루키즈(ROOKIES)》 《반항하지 마(GTO)》

  일본에서 ‘가장 죽음 가까이에 서 있는 교사’로 불리는 미즈타니 오사무(水谷 修, 1956-)는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먼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 2018 만화그리는목각인형


  ‘괜찮아’라는 단순한 이 한 마디가 자그마치 오천이나 되는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었다고 한다. 


  현실에 미즈타니가 있다면 만화에도 미즈타니 못지않은 열혈 선생들이 있는데 카와토’와 오니즈카가 그들이다.


  학원물을 그려본 국내 만화작가라면 다 아는 작품 《로쿠데나시 블루스(ろくでなしBLUES)》. 


  학원액션물 교과서라 할 수 있는데 작가가 모리타 마사노리(森田 まさのり, 1966-)이다.  


  그가 풀어놓은 또 다른 이야기 《루키즈》는 무조건 믿어주는 교사와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키는 불량학생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로, 스포츠와 학원물을 적절히 섞었다.     

ⓒ 2018 만화그리는목각인형

  

  시합하다 주먹질을 해대어 활동을 멈추게 된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 


  골치 아픈 이 녀석들이 못마땅했던 학교 쪽에서는 다른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그만둔 카와토 코이치를 데려온다.


  왜 꼭 문제가 있는 교사를 데려왔을까? 


  그건 바로 손 안 대고 코를 풀겠다는 속셈.


  그걸 알 리 없는 카와토 코이치는 야구부 애들이 있는 반 담임을 맡는다. 


  그리고 자퇴한 어느 2학년 야구부원과 한 약속을 지키려 스스로 야구부 고문이 되어 야구부를 되살리려고 나서는데 쉬울 리가 없다.          

 

  카와토를 떠보려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  


  그 말에 카와토는 바지런히 축구부를 찾아간다. 


  받아줄 리 없다. 


  그러자 축구부 고문 선생에게 부탁하는데 아침까지 운동장에 있는 잡초를 다 뽑으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듣는다.  


  절대 못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자, 카와토가 이끄는 아이들은 고시엔 꿈을 이루었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꿈을 좇아 왔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니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뜻도 그렇다.  


  말할 것도 없이 거기엔 열혈 교사 카와토 코이치가 있다. 


  국내엔 《반항하지 마》로 소개된 후지사와 토오루(藤沢 とおる, 1967-) 작품 《GTO》.      

ⓒ 2018 만화그리는목각인형

  

  고교 시절 상남 귀폭으로 불리던 오니즈카 에이키치.  


  학교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고 한 여학생과 짧은 만남에 교사가 될 결심을 한다. 


  오니즈카 에이키치가 맡은 반은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반. 


  그런 그들을 더 큰 사랑으로 끌어안는 오니즈카가 멋진 매력남으로 다가온다.


  《루키즈》에서 카와토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자라는 데 좋지 않다며 담배를 뺏는데 걱정해주는 대가는 어이없게도 주먹이다.   


  학생에게 맞은 카와토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 森田 まさのり


  “교육이란 게… 제법 아프군….”  


  카와토와 오니즈카는 이른바 한주먹 하는 사람이지만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를 안다.  


  다시 말해 힘이 있지만, 그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카와토와 오니즈카는 비슷한 점이 또 있다.


  잘리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은 하고 바로잡을 일은 잡는다.


  내 학창시절만 보더라도 선생들은 학생들을 심하게 때렸고 욕을 달고 살았다.


  2010년 10월 경기도를 시작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차례로 시행되었다.


  강력한 체벌을 무기로 유지해왔던 일부 교사들 권위는 한순간에 사라졌고 학생 인권은 올라갔다.


  교사들은 예전 권위 있던 선생 모습을 원한다.


  전에는 선생들 폭력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선생에게 대드는 학생 때문에 문제이다.


  교사는 감정노동자가 되었고 어이없게도 학교가 무섭다는 교사도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학교 때문이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교사에게 떠넘기다 보니 교사는 극한 직업이 되어버린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방종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교사가 모욕당하고 교권이 무시되는 학교에서는 학생 인권도 존중받을 수 없다.


  《루키즈》, 《반항하지 마》. 

ROOKIES ⓒ 集英社 / GTO ⓒ 講談社

  

  아직 밤거리를 헤매는 청소년, 그런 아이를 둔 부모, 혹시나 그들을 포기하려는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화가가 인정하는 만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