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May 09. 2018

음모와 폭력, 잔인함은 가라

아다치 미츠루 작품세계

ⓒ 小学館(쇼가쿠칸)

  

  동글동글한 얼굴에 큰 눈망울을 담은 눈, 여기에 꼭 필요한 선만 넣은 인물들은 그야말로 깔끔하다.   


  그에 비해 배경은 사실감과 꼼꼼함을 자랑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그림이 따로 놀 듯하지만, 뜻밖에도 잘 어울린다. 


  바로 아다치 미츠루(あだち 充) 만화이다.


  건강한 땀방울이 흐르는 스포츠 소년만화에 설렘 가득한 소녀만화 이야기가 멋지게 어우러진 아다치 미츠루 작품에는 오락 만화에 양념처럼 나오는 거친 폭력이 없다.

ⓒ 2018 만화그리는목각인형

  

  짧지 않은 편수인데도 빼어난 심리묘사와 아기자기한 웃음으로 잘 풀어나가며 성(性) 호기심도 어른들 그것과는 다르게 예쁘게 나타냈다.

  

  고교 야구. 


  소꿉친구. 


  여름. 


  그리고 비키니.


  아다치 미츠루 작품에서 꼭 나오는 장면이다. 


  또 몽실몽실한 구름이 있는 하늘 장면도 자주 나온다. 


  그 구름은 청춘들 꿈을 나타낸다고 봤는데 도쿄 하늘이 저렇다고 한다. 


  중국과 한국 미세먼지 농도가 아무리 나빠도 거리가 멀어서 일본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조금만 높은 곳에 가거나 육교에만 가도 몽실몽실한 구름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고.


  그렇지만 일본은 여름에 무지 습하고 고기압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의견도 있다.


  어디든 그 나라만이 가진 매력은 있다.


  예쁘게 찍어서 올리면 예뻐 보이듯이 예쁘게 그리면 예뻐 보이는 것이다.

ⓒ あだち 充

  

  일본 군마 현 이세자키 시에서 태어난 아다치 미츠루는 스무 살 때인 1970년 잡지 <디럭스 소년 선데이(デラックス少年サンデー)>에 《사라진 폭음(消えた爆音)》으로 등단한다. 


  이어 《하트 A(ハートのA)》, 《첫사랑 고시엔(初恋甲子園)》, 《나인(ナイン)》, 《햇살이 좋아!(陽あたり良好!)》를 발표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일란성 쌍둥이 우에스기 타츠야와 우에스기 카츠야, 옆집에 사는 아사쿠라 미나미는 소꿉친구이다. 


  공부와 운동까지 잘하는 카츠야와 달리 형인 타츠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셋은 중학교에 이어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카츠야는 바로 야구부 에이스가 되고 그 학교 야구부는 강팀으로 떠오른다. 


  카츠야는 미나미를 좋아한다. 


  그러나 미나미 마음은 타츠야에게 첫 키스를 해줄 만큼 조금 더 기울어있다. 


  카츠야는 미나미에게 미나미 꿈이기도 한 고시엔에 데려다주겠다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렇지만 카츠야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탓이다.     


  동생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타츠야는 야구부에 들어가고 이내 에이스가 된다.  


  그리고.


  “우에스기 타츠야는 아사쿠라 미나미를 사랑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타츠야는 그렇게 미나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곧바로 쏘아대는 총알 같은 사랑도 있지만 멀리 돌아와 수줍게 다가서는 사랑도 있다.


  《터치(タッチ)》 이 작품은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주간 소년 선데이(週刊少年サンデー)>에 연재됐는데 이게 이른바 대박을 친다. 


  2008년 5월에는 쇼가쿠칸(小学館) 발행 만화가로는 처음으로 단행본 발행 부수가 2억 부를 넘어 돈과 명예를 손에 쥐었다. 


  아다치 미츠루와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 만화그리는목각인형

  

  그를 알린 작품이 야구 소재이고 사설 야구팀도 가지고 있으며 프로야구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 팬이기도 하다. 


  만화가 나가시마 신지(永島 慎二, 1937-2005) 영향을 받았으며 존경하는 만화가는 데즈카 오사무(手塚 治虫, 1928-1989)이다.


  풋풋한 청춘물을 그리기엔 꽤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아다치 미츠루는 멈추지 않는다. 


  2012년 5월 12일부터 《터치》 속편인 그로부터 스물여섯 해가 흐른 이야기인 《믹스(MIX)》를 연재한다.    


  작품마다 자기복제 한계를 지적받기도 하지만 오래된 맛집 같은 끌림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풋풋함이 멀어진다는 뜻이다.


  많이 모자라고 서툴렀지만 꿈이 있어 좋았던 시절.


  풋풋했던 그때가 그리울 때면 아다치 미츠루 작품들을 소환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 2018 만화그리는목각인형

  

  음모와 폭력, 잔인함은 없어도 아직도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그 작품들이 가진 힘. 


  그 힘이 한없이 부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육이란 게 제법 아프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