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뒷산에서 들리는 소리의 주인공들-여름

림스키코르사코프<왕벌의 비행>

by 일신우일신

여름이 되고 장마가 시작되면 산에 못 간다. 짧은 시간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맑았다가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지반이 약해져서 산에 흙더미가 조금씩 무너지기도 하니 등산로 입구에 ‘입산 금지’ 표시가 생긴다. 하지만 비가 잠깐 그치거나 반짝 맑은 날에 가끔은 금지선 넘어서 가기도 한다.


장마가 물러가고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더운 낮을 피해 봄보다 더 이른 아침에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다. 산에 오르면 소리의 주인공은 바뀌어 있다.

그 많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매미, 풀벌레 등 곤충 소리만 가득하다. 새 소리는 간혹 들리지만, 존재감이 희미하다. 어떤 매미는 “맴맴” 울지 않는다.

매미는 모두 맴맴 우는 줄 알고 살았다.

매미가 내는 소리의 흉내는 “맴맴” 으로만 배웠으니.


크레셴도로 시작해서 바이브레이션으로 데크레셴도 되는 참매미,

가장 리드믹컬하게 다양한 변주 소리를 내는 우매미,

처음부터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말매미,

피키카토로 우는 쓰름매미.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울어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소리는 작지만 나를 따라다니며 귓가에서 울리는 “앵~~~애 이에 앵” 모깃소리다. 아무리 쫒아내도 필사적으로 나에게 달려든다.

정말 ‘왕벌의 비행’ 소리가 절로 떠오든다.

여러 연주 버전이 있지만 역시 오케스트라 연주가 딱 맞아 떨어진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 이야기> 중 제2막 1장 ‘왕벌의 비행’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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