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뒷산에서 들리는 소리의 주인공들 -봄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by 일신우일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뒤에 고도 200m쯤 되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활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야산이다. 다양한 수종이 있지만 예쁜 가을 단풍을 기대할 만한 나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산에서 계절마다 들리는 소리가 다양하다.


평야 지대에서 10대까지 보냈고 도심지에서 30대까지 살았다. 그러다 보니 겨우 참새, 까치 소리 정도 확실히 구별하고, 뻐꾸기, 까마귀 소리는 TV에서 자주 들어서 아는 정도다.

야산이 있는 아파트에 이사 와 살면서 아이들과 동물도감에서만 보던 새의 소리를 직접 듣게 되었다.

여러 종류의 새 소리가 들리니 궁금해져서 ‘한국의 새소리’를 열심히 찾아 듣고 새의 생김새와 소리를 일치시키고 기억하는 노력을 제법 했다. 그렇게 시간을 들인 덕분에 어느 정도 구별할 줄 아는 소리가 몇몇 생겼다.


봄이 되면 뒷산에 오케스트라공연이 시작되듯 단원들이 등장한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물까치가 시끄럽게 울어서 새벽에 잠이 깰 정도다. 정신을 가다듬고 이른 아침 산에 오르면 온갖 새가 운다.


귀엽고 피콜로 소리 같은 박새-저절로 입술을 오므리고 흉내를 내보게 된다. 썩은 나무를 두드리는 오색딱다구리의 드러밍, 단말마 같은 꿩 소리, 저음을 내는 튜바 같은 멧비둘기…. 내가 구별하지 못하는 더 많은 새소리가 가득하다.


밤에는 소쩍새가 ‘솥 적다’라고 운다.

날씨가 조금 더워지면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검은등뻐꾸기가 운다.

검은등뻐꾸기 소리는 아주 독특하지만 새 이름을 찾는 데 한참이 걸렸다. 쉽게 눈에 띄지를 않을뿐더러 혹시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새가 그 새인지 알 수가 없으니. 가끔 산에 동행하는 지인에게 새 소리가 독특한데 새 이름을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어느 날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검은등뻐꾸기’라고 알려주었다.

검은등뻐꾸기가 울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뻐꾸기도 소리를 보탠다.


“뻐꾹뻐꾹 봄이 가네 잘 가란 인사….” 한 동요 가사가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 뻐꾸기가 여름 철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다.


집에서도 산속을 새를 상상하며 생상스의 음악을 들으면 훨씬 실감이 나고 정겹다.

동화로 들어가는 느낌도 생긴다.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제9곡 숲속의 뻐꾸기’ ‘제10곡 커다란 새장'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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