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뒷산에서 들리는 소리의 주인공들-가을

베르디<대장간의 합창>

by 일신우일신

날씨가 차가워지면 산은 제법 조용해진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아침, 이슬에 젖어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만 있을 뿐이다. 산길에 들어서 잠깐 멈춰 가만히 귀 기울이면 “툭” “툭” “툭” 알밤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와 곤충 소리에 묻혀 있던 작은 산사 처마에서 울리는 풍경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마냥 조용하지만은 않다. 어느 교회 목사님의 설교 소리, 불경 낭독 소리, 쿵작쿵작 트로트 소리, 어느 날은 시국사건에 대한 패널들의 격한 토론 소리도 들린다.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DJ 목소리, 팝송도 들린다. 등산객이 들고 있는 핸드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가끔은 근처 군부대에서 연습하는 군악대의 행진곡도 들린다.


초겨울까지 산속 소리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주민들이 집시만큼은 아니지만 조용한 산을 좀 더 활기차게 해준다. 산에서 내려가면 각자의 자리로,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출근 전에 산에 올라온 등산객의 발걸음은 바쁘다. 체력단련을 위해 운동 삼아 산 오르는 어르신의 발걸음은 느긋하다. 땀을 내기 위해 달리듯이 오르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부산하다.


겨울이 되어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위험해서 산에 못 간다. 어떤 소리가 있을지 궁금하지만 올라가 보질 못했다. 눈이 많이 녹거나 날씨가 조금 풀려야만 오르니 눈이 소복이 쌓인 눈 속 뒷산 소리를 알 수가 없다.


쌓인 눈이 녹고 어름이 없어질 때까지 뒷산 오케스트라는 자체 휴관이다. 내년 봄에 새로운 레퍼토리가 또 시작될 것이다.


가을산은 스페인의 산속 동굴에서 생활하는 집시들이 새벽에 일어나 대장간에서 일하며 부르는 노래, 활기찬 분위기, 역동적인 목소리의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중 ‘대장간의 합창(Coro di Zingari, 집시들의 합창)’가 잘 어울린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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