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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Dec 07. 2023

EP 2. '이건 고급커피라서 그래.'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




"이건 고급 커피라서 그래."



한창 바리스타로 근무할 시절, 한 고객이 필터커피를 시켰고, 이 "같은 커피인데 괜히 높은 가격" 때문에 불만이 많은 일행에게 차분하게 말했던 문장이었다.



전반적으로 필터커피(흔히 드립커피라고도 불리는), 더 나아가 스페셜티 커피는 '비싸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서 보는 프랜차이즈 커피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



결국 한잔의 커피를 받게 되는 것은 같은데, 왜 스페셜티 커피만 더 비싼 걸까?


'스페셜'한 커피면 이렇게 높은 가격을 받아도 되는 걸까?



오늘은 이런 오해들에 대해 필자가 바라보는 시선을 풀어보고,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와 내재되어 있는 요소'에 대해서 작성해보려 한다.






이 모든 얘기에 앞서 EP. 0에서 언급했었던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소개한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스페셜티 커피는 독특한 속성을 인정받은 커피 또는 커피 경험을 말하며, 이런 속성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당한 부가 가치를 가진다.”



이전에도 소개했듯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다양한 요소와 경험에 대해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2021년 9월, SCA가 발표한 '스페셜티 커피 정의에 대하여: 속성에 대한 이해'라는 백서에서 새로 내린 정의이며, 이전에는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의 정의가 커피 시장 내에서 개인에 의해 다양한 해석에 기반해 정의되어 왔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하다"와 같은 동어반복 정의부터 "스페셜티 커피는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이며, 스페셜티 등급  샘플은 카테고리 1 결점두는 0개, 카테고리 2 결점두는 5개 이하여야 한다."는 지엽적이고 상당히 기술적인 정의까지 다양합니다


백서의 도입부에서도 언급하듯이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의 뜻은 개인이 바라본 본인만의 해석으로 다른 이에게 전달이 되었던 방식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의 뜻보다는 'SCA 커핑 프로토콜에 기반해 시행한 커핑에서 SCAA 또는 Q-grader 인증을 받은 사람이 평가해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구분된다'라는 점수와 평가에 기반한 구분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점수가 높은 커피가 좋은 커피'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었다.


그리고 이런 해석이 지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다.


물론 적합하지 못한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로 소개되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 커피에 대한 평가가 배제될 수는 없다.



그래서 최근 CVA(Coffee Value Assessment, 커피 가치 평가)라는 새로운 커핑 평가지를 통해 내재적 요소(커피의 향미, 맛, 지속력 등) 및 외재적 요소(커피 농장의 정보, 커피 관리 방식, 평가자의 의견 등)를 포함한 커피의 가치를 점수뿐만이 아닌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 평가를 진행해 보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다시 점수 평가로 돌아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런 점수 기반의 평가방식에는 "생산자의 노고에 대한 평가"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구매자가 한잔의 커피를 마실 때 그 커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자의 이름부터 재배된 위치, 농장의 모습, 가공방식, 농장이 책임지는 항구까지의 배송비용(FOB)까지.


더 노력하는 스페셜티 커피 회사라면 위에 정보에 더해 회사에서 커피 한잔을 위해 집행된 모든 비용을 정리해 연간 리포트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커피 한잔'이 아닌 조금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커피 한 잔에 담긴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정보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매장에서 준비하는 알록달록한 커피 카드를 받기도 하고 커피를 소개하는 환대 멘트까지.


이 커피 한 잔을 소개하려 노력하는 전달자의 노력이 소비자가 마시게 되는 스페셜티 커피 한 잔의 가격에 담겨있게 된다.




반대로 '정말 스페셜티 커피가 비싼가'라는 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정확하게는, 생산자의 노력 대비 스페셜티 커피는 정말 비싼 걸까?



현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커머셜 커피는 현재 ICE 뉴욕 거래소에서 정하는 Coffee C-price 선물가격을 기반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물론 모든 커피 거래가 그대로 이 지표를 따르지 않고, 선물가격에 추가금을 붙이거나, 참고만 하는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이런 커머셜 커피 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가 보다는 '내가 지불한 금액이 생산자에게 얼마큼 전달되는가'이다.


스페셜티 커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거래 투명성 및 추적 가능성"이다.


이 커피가 어느 농장에서 재배되었는지, 커피가 어떻게 가공되었는지, 구매자가 지불한 금액이 투명하게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생산자에게 얼마가 지불되는지, 이 모든 과정을 다 투명하게 아는 것이 스페셜티 커피의 외재적 평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필자가 이전에 크리스토퍼 페란(Christopher Feran)이라고 하는 그린빈 바이어가 소개한 케냐 커피에 대한 산업적인 구조에 대해 번역한 적이 있다.


케냐, 그리고 “세계 최고의 커피의 몰락”(Kenya and “the decline of the world’s greatest coffee”) (tistory.com)


그 글의 일부를 발췌해서 커피 산업 구조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려 한다.




커피가 수출업자에게 판매되려면 "마케팅 에이전트"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 케냐 시스템에 특별한 “추가” 중개인입니다.


밀링스테이션 주인은 마케팅 에이전트를 선택하고 고용하는데, 실제로는 한 회사를 계속 선택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마케팅 에이전트’ 시스템은 뇌물을 통해 돌아갑니다—마케팅 에이전트는 이사회 구성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여 해당 에이전트를 통해 커피를 판매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고, 이는 결국 수출업체와 제휴합니다.


(이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으며, “커피 관리 서비스(Coffee Management Services)”/”Dorman’s”와 같은 일부 마케팅 에이전트는 해당 관행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제휴를 맺은 후, 마케팅 에이전트는 1.76-3%의 수수료를 벌기 위해 협동조합과 밀링스테이션을 대신하여 커피를 수출업자들에게 판매합니다.


그러나 케냐에서는 커피가 경매나 수출을 통해 최종 판매될 때까지 협동조합의 재산으로 남아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수료가 공제됩니다.


공제 후 금액은 협동조합에 지불되고, 조합은 조합 몫을 차감한 후의 금액을 농부들에게 지불합니다.


사실상, 10월에 커피를 수확하고 가공하고 3월에 수출한 농부가 약 6개월 후인 3월이나 4월까지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략)


물론 (구매자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가격이지만, 대부분의 로스터는 파운드당 5-7달러(kg/2790~3915원)로 케냐 커피 값을 지불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구매한 커피에 대해 생산자들에게 지급되는 평균 가격은 대략 파운드당 1.42달러(kg/798.75원)로 환산됩니다.


생산자가 1kg당 85실링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최상위 협동조합은 판매액의 5% 정도의 수수료를 유지하지만, 정말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판매액의 약 20%를 유지하고, 생산자에게 파운드당 1.13달러(kg/650원) 정도만 평균적으로 지불합니다—마케팅 에이전트의 3% 수수료, 밀링 수수료(톤당 대략 70달러), 운임비, 수확 시기가 오기 전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받아야 할 생산 비용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죠.


(참고로, 이는 케냐만의 커피 거래 방식이라 다른 커피 산지에서는 다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고 싶다. 그래도 여전히 중간 수수료에 대한 내용은 다른 곳도 비슷하다)




소비자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케냐 커피 한잔을 위해 6천 원~7천 원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케냐에서 커피를 생산한 생산자들은 한잔 당 대략 15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훑어보았을 때, 필자는 '오히려 우리가 흔히 접하던 커피가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머지않아 페루, 볼리비아와 같은 대규모로 아라비카를 생산할 수 없는 산지부터 일반 커머셜 등급의 아라비카 커피 거래가가 스페셜티 커피 거래가와 비슷해지기 시작하고, 시장에서도 커머셜 커피로 판매되는 일반 블랜드의 가격도 올라가는 현상이 목격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는 안정적인 가격 방어와 함께 생산자도 이전보다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토록 스페셜티 커피가 시장에서 정하는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음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때도 있다.





이런 미래를 상상해 본다.


가격이 6천 원으로 올라간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시던 친구를 내가 자주 찾는 카페로 데려가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필터커피를 추천하는 상황.


그리고 '어떻게 똑같은 가격인데 이건 왜 이렇게 향긋해?"라고 묻는 친구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것.





"이건 스페셜티 커피라서 그래"





- EP 2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발행됩니다.






이전 02화 EP 1. '커피는 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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