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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Dec 21. 2023

EP 4. '여기는 시그니처 없나요?'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



'여기는 시그니처 없나요?'


혹은 '여기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뭔가요?'



매장에서 근무하거나 운영하게 되면 늘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많은 개인 카페들은 다른 곳들과 다른 특별함을 선사하기 위해 '우리 매장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소개한다.


메인 화면에도 장식하는 크림커피류 같은 커피 메뉴뿐만 아니라 달큼한 수제청 또는 시럽으로 만드는 청량한 에이드, 혹은 고소한 버터향이 물씬 나는 베이커리류 등 다양한 전문성을 살려 이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 한다


다만,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매장에서도 이와 같은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은은하고 세심한 향미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해야 하는 입장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듣게 되면 사실 커피가 아닌 다른 정답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내야 했을까?


오늘은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화와 전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곳들은 주로 에스프레소 또는 브루잉/필터 커피로 음료를 소개하게 된다.


심지어 브루잉 커피라는 설탕이나 유제품 하나 넣지 않은 블랙커피로만 소개하는 곳들도 많다.


이런 곳들은 주로 애호가들이 찾는 커피와 대중들이 선호하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디저트로 카페를 운영을 방식을 주로 보게 된다.



물론 그냥 커피만 파는 것보다는 높은 객단가와 매출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런 운영방식이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선 내 매장이 지속되어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연 이것이 스페셜티 커피를 올바르게 소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업에서 일하다 보면 듣게 되는 얘기 중 하나는 '사람들은 본인이 먹는 커피에 대해 그리 궁금해하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있다.


그리고 필자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다만 그런 이유로 '농장에서 시작된 한잔의 커피로 마무리되는 스페셜티 커피의 여정을 전달한다'는 바리스타로서의 최종 전달자 역할이 마케팅적인 요소로만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필터 커피를 팔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이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에 대한 궁금함을 일으킬 만큼의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 상품을 소개해야 할 대상이 강렬함에 익숙하다면, 그에 맞춰 강렬한 향미의 커피를 소개하면 된다.


바로 이전에 언급했던 다양한 '발효 또는 실험적인 커피'들이다.


우리가 흔히 먹던 커피에서 명확하게 경험하지 못했었던 과일의 향미가 각인되면 이에 대한 궁금증이 명확하게 생길 것이다.


다만, 여기서 이를 전달하는 최종전달자인 카페와 바리스타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인식의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스페셜티 커피를 잘 소개하는 것일까?


정답은 없지만, 대중들에게 선택받은 전달방식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현재 카페 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소개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잘 소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모델은 바로 '이미 커피'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저트 페어링, 그리고 '안밀'의 커피 큐레이션이다.




'이미 커피'의 커피들은 스페셜티 커피라면 지당 있어야 할 국가, 지역, 농장, 품종이 적힌 기나긴 이름이 없다.


단지 '딸기초콜릿', '피로회복제 맛', '포도젤리'와 같은  향미만 적힌 이름만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미 커피'의 특징은 바로 '노골적인 향미의 시각화'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커피만을 전달하는 게 아닌, 디저트와 페어링을 하고 그 디저트에 어울리는 시그니처 커피를 전달한다.


커피의 명확한 향미가 디저트에 들어있는 재료의 맛까지 이어지는 '페어링'이라는 온전한 한잔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필자가 언급한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 중 '경험'에 가장 치우친 모습의 운영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안밀'은 철저하게 '메시지'에 집중한 운영모델이다.


매장을 들어서게 되면 검은색으로 칠해진 내부로 시작해 평온한 멜로디의 음악, 매장을 채우는 인센스까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주문을 하게 되면, 바리스타는 매장 경험이 처음인지, 혹시 '안밀'이 어떤 곳인지 설명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본다.


그 설명은 안밀 이라는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음료를 소개하는지,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지, 어떤 향미를 가진 커피인지 등 정말 많은 정보와 환대게 된다.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에 맞춰 최대한의 메시지와 음료를 함께 전달하는, 철저히 고객에게 맞춰진 '큐레이션'에 집중한 운영모델이다.






필자는 이런 발효커피의 발전과 고객의 경험에 집중한 운영방식스페셜티 커피의 베리에이션 메뉴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런 발효커피의 향미들이 너무 강렬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최근 스페셜티 커피를 알게 된 사람들의 10 중 8,9는 이런 무산소/발효 커피를 처음 마시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다.


늘 그래왔듯이 강한 자극만 쫒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근본을 찾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고, 자주 들려오는 한 현상에 대한 '디톡스'라는 단어생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선 대중의 인식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가 인식되어 시장이 넓어지는 방향이라면, 필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새로운 시장과 모델이 탄생하고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 이제 서문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해야 하는 입장으로 돌아가자.


이런 다양한 향미를 가진, 다른 개인카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커피'라는 단일 메뉴로 스페셜티 커피에서 중요한 '정보의 전달'을 놓치지 않으며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메뉴가 생겼다.


이제 누군가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저희는 시그니처 스페셜티 커피가 있습니다.'





- EP 4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이전 04화 EP 3. '누구든 쉽게 내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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