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걸어가니 넷째 마을 베르나차가 나타났다. 마을에 다가가며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멋있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돌출된 바위 산 위에 요새처럼 형성된 마을의 예쁜 색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키 높은 선인장 근처에서 언덕아래 마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도 편안해 보였다.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을과 바다를 바라보았다. 마을 맨 앞에 우뚝 솟은 베르나차 성을 배경으로 초록색, 흰색, 붉은 색 세로줄로 된 이태리 국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마을 뒤 구릉지대는 대부분 포도밭이었다.
바다로 내려가기 위해 건물이 들어선 동네를 통과했다. 계단 옆 건물들의 벽은 다양한 색깔이었고 창문과 가로등의 벽면의 디자인도 독특해서 남프랑스 성곽도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로 가니 편편한 지역이 넓은 곳에 상점들이 있고 관광객도 많았다. 파라솔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편과 나도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샀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다 아이스크림이 똑 부러졌다. 콘 위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푸짐해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져서 황당했다.
바다 가까이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절벽 아래 크고 작은 바위들이 쌓여져서 있고 파도는 거칠게 다가와 사람들 키 보다 크게 솟구치다 부숴 졌다. 파도소리도 거셌다. 바다 바로 앞에 세워진 큰 규모의 산타마르 게리타 안티오키아 성당에서 종소리가 묵직하고 평화롭게 울려 퍼졌다.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준다는데 아직은 해수욕도 하는 생동감 있는 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