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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토의 종탑
-쿠폴라에서는 쿠폴라가 안 보인다

by 박경화

조토의 종탑-쿠폴라에서는 쿠폴라가 안 보인다


1. 가보고 싶은 곳,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촬영지 피렌체의 쿠폴라를 언젠가 가보고 싶다.'


그런 소망은 피렌체에 가면 이루어지리라 막연히 상상했다. 그 바램이 쉽지 않다는 것을 두오모 성당 바로 앞에서 절감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보고 언제 어떻게 티켓을 구해서 들어가야 할지 난감했다. 남편과 함께 여행책자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통합입장권을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현장 구매하는 방법이 있었다.


산타마리아성당.jpg 피렌체 두오모 성당




세례당 맞은편 티켓 오피스로 가니 그곳도 줄이 길었다. 쿠폴라, 종탑, 세례당, 두오모 지하성당, 두오모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은 18유로였다. 오후에 갔는데 하루만 사용한다면 다 못 볼 것 같아 주저하고 있는데 72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구매했다. 그런데 영화촬영지였던 쿠폴라(Cupola)를 올라가 보기 위해서는 별도로 기계에서 예약을 해야 하는 것 같았다. 구매 창구에서 방법을 알아보려 했는데 소통도 어려운데다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단 기계 쪽으로 갔다. 사람들이 구입한 표를 넣고 쿠폴라 예약현황 잔여 인원을 보며 예약 표를 발급받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예약한 외국인 부부가 이틀 후까지 마감이 되어 3일후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날은 남편이 우피치 미술관 관람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놓은 상태여서 쿠폴라를 관람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아쉽지만 통합권을 취소했다.


‘쿠폴라에 올라가 보고 싶다’

기회를 포기하자니 아무래도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영화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쿠폴라에서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이 자꾸 생각났다. 못 올라가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차분하게 3일 후의 일정과 시간을 계산해보니 오전에 우피치 미술관을 다녀온 후 오후에 쿠폴라를 관람하는 시간을 잡으면 될 것 같았다. 표를 구입하는 마감시간이 임박했지만 다시 줄을 섰고 통합권을 다시 샀다. 더 이상 구매자가 없자 표를 파시던 남자 분은 친절하게 설명하고 직접 기계사용법까지 도와줘서 쿠폴라 관람 예약까지 할 수 있었다. 남편과 둘이 우왕좌왕하며 헤맸지만 표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고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마음만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하기가 힘들었다. 무작정 여유 있는 여행도 좋지만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떠나기 전 미리 더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피렌체에서 4박을 해서, 떠나기 전날 오후에 쿠폴라를 올라가는 표를 예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여유로운 일정이어서 실행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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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폴라-원형 또는 다각형의 평면을 덮기 위해 두어진 반원형의 지붕(돔)



예약표.jpg 쿠폴라 예약 안내



2. 쿠폴라에서는 쿠폴라가 안 보인다

두오모 통합권을 예매한 후 일단 한군데는 둘러볼 시간이 있어 종탑으로 갔다. 건축가이자 화가인 조토가 설계한 ‘조토의 종탑’은 그의 사망 후 제자 들이 14세기 말에 완성했다. 성당처럼 삼색 대리석을 사용했으며 인간의 구원을 주제로 한 문양과 조각상들로 장식되었다.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고 올라 꼭대기까지 가서 바로 철제 종 앞까지 갈 수 있었다. 피렌체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붉은 지붕으로 된 건물이 많은 역사도시는 기품 있어 보였다. 나중에 오르게 될 쿠폴라도 가까이 바라 볼 수 있었다. 쿠폴라에 올라가서 주변을 빙 둘러싸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자그만 크기로 올려다 보였다. 오후 빛이 저물고 있었다.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붉은 돔 위로 조토의 종탑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다.


종탑.jpg 조토의 종탑


세례당지붕.jpg 종탑에서 본 세례당
마을.jpg 종탑에서 본 풍경


아래풍경.jpg 조토의 종탑을 오르며 보이는 풍경


종.jpg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종


쿠폴라옆.jpg 조토의 종탑에서 보이는 쿠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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