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거들어 준 일상 정리
4차 대유행이 시작된지도 어느새 근 한 달.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 생각했던 오후 6시 이후 3명 집합 금지였지만, 나도 모르게 사라져 가는 대로변 술집들의 소란스러움에 적응해가고 있다. 이 번화가에서도 용케 2인 일행을 지키고 있는 손님들과, 현저히 줄어든 손님 수에도 꿋꿋이 가게 문을 여는 상인들의 그림이 왠지 모르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풀릴 듯 말 듯했던 재택근무는 더욱 문을 굳게 걸어 잠 갔고, 일부러 전화라도 하지 않으면 사적인 대화를 입 밖으로 하루에 한 마디 할까 말까 하는 나날이 조금은 처지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내 유튜브 알고리즘엔 점차 플레이리스트만 가득해지고, 이제는 단톡방에서 다짐이라도 하듯이 간간히 나오던 "코로나 끝나면 꼭 보자!"라는 말조차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진 단톡방이 하나둘씩 밀려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괜히 순간 섭섭한 마음에 뭐라고 말을 꺼내봐야 우리는 다 같이 볼 수 없으니까.
그렇게 사실은, 말로는 툴툴대지만 이미 몸은 혼자서 혹은 둘이서 갇혀 지내는 이 삶에 조금은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 같으면 그래 이제 한 번 볼 때쯤 됐지 싶어서라도 나갔던 자리가 지금은 코로나라는 좋은 방패가 있으니 말이다. 더 이상 핑곗거리가 없을 모임에도 코로나 세 글자면 매우 안정적인 면죄부가 생긴다. 그렇지만 코로나 카드가 자주 발동되는 모임이라면 코로나 이후라고 다시 자주 만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친구들을, 혹은 아 이 모임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 그동안 조금은 억지로 이 친구들을 만나왔던 것인지, 눈에서 멀어져서 마음도 멀어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냥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만날 수 있는 노력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자연히 일상은 정리가 되고, 혼자만의 시간은 많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것을 제약하는 코로나지만 삶에 있어서의 선택권은 많아진다. 주위의 속도나 방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멈춰 서서 다른 곳을 봐도 되고, 애써 맞지 않는 보폭을 걷고 있었다면 이제는 내 속도에 맞춰 걸어도 된다.
코로나 이후 도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상황에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