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왜 이렇게 갑자기 한 번에 가니.
올해 나이 30.
내가 20대 때와 다른 것이라곤 시간과 건강을 팔아 월 몇 백씩 받는 직장의 노예라는 점뿐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이제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빼도 박도 못하고 어른이 돼버렸다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는 나름 잘 애써 무시하던 이 '어른됨'을 최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주위에서 너도 나도 결혼을 한단다. 회사 동료도, 오랜 친구도, 대학교 동기도. 왜일까 생각해봐도 가장 납득이 되는 이유는 작년에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사람들이 더 이상 못 참고 올해 올려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게 아닐까 싶다.
결혼이라. 어릴 때는 결혼이 마치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 같이 느껴졌다.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신입사원이 되고, 신입사원이 대리나 과장이 되어 멋진 커리어 맨이 되면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마지막 변곡점. 결혼 전은 온전히 혼자만의 과정으로 그 선택과 과정이 조금 아쉬울지언정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결혼은 그야말로 내 가족, 나의 작은 세계를 만드는 것이므로 결혼을 하고 나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살다가 내세를 떠나는 그런 마지막 방황 혹은 결정이랄까. 그런 '마지막',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느낌 때문에 결혼이 마냥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늙음'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요즘은 오히려 결혼이 이제 안식처를 선물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여기 저리 떠도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여기가 너의 돌아갈 곳이니, 더 이상 그렇게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이 말을 들으면 수많은 기혼자 분들이 반발하시겠지만..! 그래서 그런가 요즘 결혼하는 지인들을 보면 부러운 감정이 먼저 든다. 저 친구는 이제 남편 혹은 부인이랑 둘이 혹은 태어날 아이와 같이 열심히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 고민만 하면 되겠구나. 그게 인생의 전부고 그 전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이 부럽다.
최근 갔던 친구의 결혼식 사진으로 마무리해본다.
이 정도는 아무도 못 알아보겠지..?
아,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팍 든 이유가 또 있다. 이번 달에만 축의금이 40만 원이 나간다.. 물론 모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만.. 9월이나 11월에도 결혼 좀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