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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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이미지론-2

모든 것은 이미지로서만 존재합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입니다. 꽃, 태양, 한국전쟁, 미움, 사랑, 섹스, 수학, 철학, 사진, 영화, 정치, 신화 심지어 신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입니다.


이때 이미지는 실체적 존재라는 의미보다 ‘순간적으로 사라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사라지기에 ‘허무’ 하달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긍정적이죠. 마치 사이키 조명처럼. 나이트를 생각해 보세요, 그냥 환하거나 어두운 조명보다 사이키 조명이 훨씬 더 역동적이고 욕망이 넘쳐 납니다.


니코스카잔차키스는 우리는(우리의 생)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순간적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죠.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이미지’를 잘 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차이의 반복’이죠. 그 차이가 매우 짧으니까 우리는 그걸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겁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이면에서 매우 짧은, 거의 찰나적인 ‘차이의 반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미지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무한소, 기관 없는 신체, 운명애, 공(空), 기억, 불성(佛性), 동시성, 인상파 화가의 정물 풍경, 우주에서의 끈 같은 것으로 불릴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것은 놀랍게도 ‘우리의 일상’ 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일상은 그런 것의 연속이죠. 마치 영화처럼.

그럼 우리가 일상에서 혹은 학문 속에서 열심히 쌓아 올리는(혹은 올려야 하는) 집적물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저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그게 없으면 다른 존재에게 그걸 설명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저의 방식대로 설명하자면 ‘내용과 표현’에서 표현 부분이죠. 이때 내용과 표현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을 때는 내용이나 표현에 치우치면 안 됩니다. 목욕탕으로 말하면 ‘찬물과 뜨거운 물’입니다. 적당한 온도가 좋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찬 물 뜨거운 물이 없듯, 어느 누구에게 완벽하게 적당한 온도의 물도 없습니다.

뜨겁다 싶을 땐 찬 물을, 차갑다 싶을 땐 뜨거운 물을 선택하는 게 삶입니다. 이것 역시 동일성의 반복(동일성은 반복이 없습니다만)이 아니라 ‘차이의 반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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