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대만 타이베이에서
현대인에게 커피란,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활력의 원천으로 어느새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루틴이자 습관이 되었다.
때문에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은 에너지 부스터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고결한 카페인을 섭취해야만 비로소 맨 정신으로 온전한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일종의 마법처럼 느껴진달까.
나 또한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공복에 커피를 찾았고 이 습관은 10년 넘게 이어져왔다. 잦은 카페인 섭취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빈번했음에도 커피를 끊는 건 여전히 내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내가 4월 초, 타이베이 여행 중 뜻밖의 실험 아닌 실험을 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3일간 커피를 끊고 차를 마시는 일.
이른바 6대 다류에도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지만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낮아 (그람수로 계산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위에 부담을 덜 주기도 하고, 차에 함유된 L-테아닌 성분은 몸을 이완시키고 심신의 안정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어 휴가만이라도 내 몸을 보다 세심하게 돌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6대 다류 :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 엄마 나 대만 가면 커피 대신 차 마실 거야! "
" 그래 커피 좀 줄여보자. 그런데 가능하겠어? "
사실 나도 잘 몰랐는데 가능하더라고.
차 문화가 깊이 자리한 나라에 머물면서 자연스레 차를 자주 접하게 됐다. 카페 대신 찻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식당에서는 물 대신 오룡차가 기본으로 제공되니 차를 마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덕분인지 몸의 무거움도 덜하고 피로감도 훨씬 적었다. 그것이 차의 효능이었는지, 여행이 주는 여유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내 몸이 좋아하는 새로운 취향 하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카페인 섭취와 상관없이 그저 마시는 행위에 길들여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행 첫날, 동먼에 위치한 고즈넉한 찻집을 찾았다. 이때 처음 동방미인차를 접했는데 스파이시한 향과 동시에 꽃내음이 은은하게 퍼져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햇수로는 약 다섯 번 즈음 우려 마셨을 때, 몸에서 자연히 체감할 수 있었다.
우롱차가 소화기능에 참으로 탁월하구나. 허허.
잎차의 경우, 기본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반발효차인 우롱차의 경우, 중간 성질을 지니고 있어 몸이 차가운 사람도 차를 따뜻하게만 마셔준다면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한국보다 따사로운 날씨의 대만이었지만 저녁쯤 되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추워졌다. 이때 따뜻한 차 한 잔 덕분인지 지독한 감기는 피할 수 있었다.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디화제 거리에 위치한 차 도매점을 찾아 기물과 찻잎을 구입한 뒤, 인근 찻집을 방문했다. 해당 찻집에서 각종 차의 샘플을 직접 시향 해본 후에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를 수 있는 주문 방식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은은한 풀향이 매력적인 치총 우롱티를 골랐고, 엄마는 부드럽고 기분 좋아지는 진쉔 우롱티를 골라 각자의 속도대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커피를 끊기보단 서서히 줄이는 방식을 택했고, 대신 그 옵션에 차를 넣었다.
주중 오전엔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깨우고, 오후엔 차 한 잔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여전히 커피를 좋아하지만 몸을 위한 작은 배려로 차를 곁들이며 점점 더 나만의 균형 있는 루틴을 만들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