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급하게 건강을 챙겨보는 일상

건강도 당연한 게 아니었다

by 기억

2022. 09. 27. 화



화요일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누워서 조금 핸드폰을 한 뒤 매트로 내려간다. 새로 산 폼롤러는 처음에는 너무 아팠고, 지금도 적응 중이다. 특히 옆 허벅지를 굴릴 때가 아프다. 퍼렇게 멍도 들었다. 이게 효과가 좋다고 해야 할지...ㅎ 그래도 PT 받기 전에 폼롤러로 전신을 풀고 운동하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완전히 적응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해봐야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잠도 푹 자고, 음식도 골고루 챙겨 먹으면서 건강을 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제 피부과를 갔었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기 때문. 결혼식 전에 피부 관리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피부과에 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사쌤과 실장님?이 나를 조명 밑에 눕혀놓고 막 보더니 편평사마귀가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엄청 많이. 아니 그게 뭔데.... 갑분 1 대 1 과외 받고 왔다.


막 열정적으로 이게 뭐고, 어떻게 생긴 거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시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심란해졌다. 두 달 뒤면 결혼식인데 이건 또 뭔 소리야. 레이저 시술을 하면 다 제거는 되는데 피부 회복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으니 고민을 해보라니. 큰일 난 것처럼 사람 겁먹게 다 설명해놓고 이제 와서 어쩌라는 거야?


휴. 퇴사 당일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난 대체 뭘 위해서 매일을 괴로워하며 일했던 걸까. 돈,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안정감? 그래 다 중요하지. 근데 내 건강은 누가 챙겨.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게 나타나나 싶어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원래 오늘은 미용실에 가서 볼륨 매직을 하려고 예약했었는데, 다른 피부과에 가려고 취소했다. 갑자기 알게 된 피부 증상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으면 그때 치료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었다. 11층에서 1층까지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니. 별일 아닌데도 짜증이 밀려온다.


피부과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직후라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피부과 전문의만 있다고 해서 찾아서 갔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다고 한다. 뭐지... 다른 병원에서는 얼굴, 목에 많다고 들었다고 하니 거기서 오해한 것 같다고 한다. 우선은 다행이긴 한데. 여기가 피부과 전문의니까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잠깐의 상담을 마치고 여드름 흉터에 바르는 연고만 처방받아 나왔다. 아무래도 이번 주 사이에 다른 병원을 좀 더 찾아보고 다음 주에 다른 병원에 또 가봐야 할 듯.



병원에 다녀와서는 집에서 좀 쉬다가 J의 집에 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이고, 조수 석에 타고는 수도 없이 다녔으니 식은 죽 먹기지. 호기롭게 평온한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이번에도 차선을 못 바꿔서 강제 운전연수 시작. 분명 빠져야 할 곳이 보이는데 2초 머뭇거리는 사이에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난 드라이브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게다가 기름도 한 칸 밖에 없는데. 고속도로에서 나 혼자 멈춰 버리는 거 아니겠지. 뒤늦게 네비를 키려고 시도했지만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아야 해서 어림도 없다. 개멘붕ㅎ


신호에 걸렸을 때 겨우 네비를 켜는 데 성공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혼자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왜 네비에서 음성 안내가 안 나오지. 경로 재탐색을 두 번 더 하고 나서야 음성 안내 기능을 찾을 수 있었다. 약 1시간을 운전해서 무사히 도착. 아파트가 보이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사고도 안 났고, 차도 안 멈췄어. 덕분에 운전연수 빡세게 하고 왔다. 그동안은 혼자 운전하고 다니는 게 무서워서 더더욱 운전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뭐 시간은 좀 걸릴 수 있겠지만 결국 도착하니까. 네비만 제대로 키면 갈 수 있지!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으니 J가 퇴근하고 피자를 포장해서 들어왔다. 피부과에 가서 멘붕 당한 이야기, 오늘 간 피부과에서는 다른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 옆 동네를 돌고 돌아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이야기를 하며 피자를 맛있게 먹었다. 약간 위기가 있었지만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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