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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빠~리!

얘들아, 달팽이가 맛있어??

by Chabu

스위스 제네바에서 프랑스 파리로 떼제베타고 3시간.


오늘도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향했다.

호프집 강냉이 주듯 테이블마다 작은 소쿠리에 썰어진 바게트가 올려졌다.

바게트를 하나씩 집어 먹는 사이 프랑스에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달팽이 요리가 나왔다.

사실 내 입맛에는 그렇게 맞지 않았지만 우리 애들은 왜 못 먹는 게 없을까.

달팽이를 집는 집게와 작은 포크로 골뱅이 먹듯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처음 먹어보는 요리인데도 하나 더를 외친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사 먹여야겠다.


아빠는 열심히 집게로 달팽이를 집으려 해 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잡았다 하면 자꾸 달아나는 달팽이를 보던 손녀가 말한다.


"할아버지 달팽이 껍데기를 요렇게 집게 모양에 맞춰서 해봐."

"아 그래."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다.

얼마나 집중했던지 입술도 앙다물고 달팽이를 꺼내먹기 위해 집게와 포크로 사투를 벌인다.


"봐라 할아버지 드디어 했다!"

"오 할아버지 이제 되네"

우리 아빠 참 진지하다.


엄마도 바게트에 진심이다. 역시 듣던 데로 프랑스 바게트가 맛있다며, 빵이 구수하단다.

서비스 강냉이 더 시키듯이 자꾸 빵을 더 달라고 해보란다. 엄마,, 그냥 사 먹자.


"나는 오기 전부터 프랑스에서 빵 많이 먹어야지 결심하고 왔다."

라고 선언하곤 이후에도 길 가다 빵집이 보이면 바게트를 사자고 했다.

지금 사서 내일 아침으로 먹자는 엄마를 보며 바게트가 누룽지쯤 되는 줄 알았다.


엄빠랑 여행한다니 사촌동생이 보내준 부모님 여행 10 계명이 생각났다.

음식이 달다. 짜다. 물이 제일 맛있다.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등등 음식 관련 언급 금지의 십계명에서 우리 엄빠는 해당하는 게 하나도 없다.


뭐든 맛있고 뭐든 진지하다.


파리는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도시 전체를 경기장으로 사용한다는 콘셉트이란다.

센 강변에 관객석을 만들고 경기장 세트를 세우고 큰 광장도 경기장으로 쓰일 예정이란다. 덕분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곳도 버스로 돌아야 했고 좁은 길은 더욱 밀렸다.


에펠탑도 올림픽 준비를 마쳤다. 앞면에 오륜기를 커다랗게 달고 있다.


어딜 가나 사람으로 그득한 파리는 이쁜 것도 많고 맛난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았다. 올림픽 관련 기념품 하나도 섬세하고 정교했고 음식은 미식의 나라답게 맛있었다. 비옥한 땅에서 자란 여러 가지 재료가 있었기에 음식도 발달했다 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도 분명 섬세한 사람들이리라. 파리에선 한식집도 어딜 가던 평균 이상이었다. 심지어 감자탕 집도 있으니 그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여행사와 헤어진 후 파리에서 이틀 더 머물 예정이었는데, 선택관광이었던 유람선까지 여행사와 함께 탔더니 내일부터 새끼가이드로 활약해야 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미술관을 하나 더 가자면 분명 아이들이 싫어할 테고 그렇다고 엄마 아빠와 마레지구 쇼핑도 불가능해 보였다. 관광버스로 군데군데 찍어가며 내려준 노련한 가이드 덕에 파리는 다 둘러본 것만 같았다. 달팽이나 실컷 시켜 아이들이 과연 몇 개나 먹어야 배가 차는지 봐야겠다.


우리는 파리 외곽의 호텔에서 가이드와 한 버스에 타고 다니던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라 유럽에 남을 우리를 부러워했지만 난 한국으로 돌아갈 그들이 부러웠다.

인천에 내려서 "아 속이 느글 그렸어."라며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는 서울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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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