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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타누키 차차 Aug 09. 2018

을의 사정

 스트레스받을 때 쓴다


 # 일이 계속 들어온다.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돈 걱정하면서 지낼 상황은 아니어야 하는데, 조금 있으면 주택청약을 깨야 할 판이다. 처리한 프로젝트가 14개 정도 되는데 돈이 들어온 건 2개뿐이다. 나머지 12개를 받아야 하는데 언제 정산 처리가 되는지 정확지 않다. 이 와중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서 수익으로 잡혀 7월에 부가세 신고를 하다 아직 정산받지도 못한 수익에 대해 미리 세금을 냈는데 걱정하지 마시라 꼭 입금해드릴 테니 먼저 내도 문제없다 하던 회사가 아직까지 입금을 안 해주고 있다. 양아치냐 뭐냐. 진짜 짜증 난다.




# 우리는 세 명이고 아트도 있고 카피도 있어서 카피에 비주얼까지 알아서 구색 맞춰 다 해주는데 보통 기획실장 한 명 값이랑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더 받을 뿐인데 그래서 박조이는 우리는 박리다매라고 그러고 있는데 이 돈도 다 안 주고 어떻게든 깎으려 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일 받기 전에 그러면 모를까 일은 다 끝난 상태인데 견적서 쓸려니까 그제야 깎아달라 그런다 못된 사람들. 나도 빡치는데 백화점 가서 옷 한 벌 입어보고 이거 사려는데 50만 원만 깎아주세요 안 된다고 하면 안 벗을래요 하고 싶다 정말. 그게 될 말이냐고.




# 3개월간 하던 프로젝트를 엎었다. 안 하겠다고 해버렸다. 중간에 방향성이 한 번 뒤집어졌을 때도 참았는데 피드백 오는 수준이 거의 마음에 안 드니까 다시, 더 새롭게 다시, 좀 더 엣지있게 다시, 그냥 다시 다시 수준이라 참다 참다 세 명 다 만장일치로 때려치우자 했다. 우리는 이럴 땐 정말 단결력이 좋다. 선입금으로 받은 돈이 조금 있는데 프로젝트 하나 값이다. 일주일정도 일했을 때 받는 돈. 그걸로 퉁치고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합시다 마음 다잡고 있는데 그것마저 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동안 우리가 들인 시안이 몇 개고 시간이 얼마인데. 돈 몇 푼에 에너지 쓰는 것도 스트레스라 이마저도 그냥 돌려주자 또 셋이 합의를 봤는데 돈 얘기가 나오니까 우리랑 커뮤니케이션 하던 담당자가 갑자기 자기는 모르쇠 하면서 회계 담당자랑 이야기하란다. 지금까지 일은 자기가 다 시켜놓고 회계팀에 물어볼게요도 아니고 자기는 결정권이 없다며 발을 뺀다. 회계 담당자가 우리가 무슨 일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 알고 판단하냐. 돈은 얼마 줄지 너네가 결정하고 출입금을 회계가 관리하는 거겠지 누구를 바보로 아나. 아무튼 열이 받아서 돈을 안 돌려줄 생각이다. 됐다. 전쟁이다. 돌려달라고 하면 지금까지 일한 거 따박따박 제대로 계산해서 청구할 거다. 물건값은 당연히 지불하면서 생각 값은 안 줘도 된다는 심보는 못됐다. 형체가 없는 건 여러모로 억울하다.




# 100만 원 한도 제한으로 만들어진 법인계좌의 한도를 풀러 은행에 갔는데 안된단다. 영원히 안 되는 일이란다. 처음 만들 때 들은 말이랑 다르다고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증명되면 풀어준다고 했다고 말해봐도 소용없다. 당장 부가세가 백만 원 넘게 나왔는데 이 돈은 그럼 어떻게 내냐고 물었더니 그럴 때마다 일일이 일시적으로 한도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풀면 되냐고 하니 공동대표니까 또 셋이 모여 각각 신분증이랑 인감이랑 인감증명서랑 기타 등등의 여러 서류를 챙겨서 이 통장을 만든 박조이 동네의 해당 은행으로 가서..... 어휴... 말해 뭐하냐 이게 하지 말라는 소리지... 열불이 뻗쳐 내 개인 통장에서 현금 뭉치를 뽑아 창구로 가서 직접 내버렸다. 회사 이름으로 낼 거면 주민등록 말고 사업자등록 번호 쓰면 되냐고 물으니 대리인이면 신상도 함께 적어 내야 한단다. 빡친다. 아무리 멜빵 치마를 입고 갔어도 대표 이사인데... 갑자기 성공하고 싶어 진다.    




# 을의 사정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가끔 기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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