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여름 여행 3일 차_2
체스키에서 힐링을 하고 프라하로 돌아온 우리는 잘츠부르크행 야간 버스를 타기 전 더러워진 육신의 정화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체스키행 왕복 여섯 시간가량의 버스 탑승과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이유로 땀에 절어있었다. 우리는 친구 윤 씨가 알아온 프라하 중앙역의 유료 샤워시설에 가기로 했다. 프라하 중앙역 2층 화장실 쪽으로 가면 샤워장이 있다.
처음에는 헬스장의 샤워장처럼 샤워부스가 쭉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화장실을 하나씩 빌려줬다. 시간은 20분을 주는데 많이 모자랐다. 맨발로 서있기에는 찝찝한 바닥에 옷은 벗어둘 곳이 없어서 변기 위에 올려둬야 했고, 다시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와야 하니 불편하긴 했다. 가격은 약 샤워 2~3유로에 수건 대여 1유로였다.
그래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듯이 다 씻고 개운해서 컨디션이 올라왔다. 이제 야간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이동을 했다.
버스 시간까지 조금 여유도 있었고 마지막 남은 코루나 동전을 처리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사 먹으며 기다렸다.
맛은 없어도 코루나는 깔끔하게 다 썼다.
짧았지만 그래도 재밌게 구경했다. 굿바이 프라하!!
밖에서 조금 기다리고 우리가 밤새 타고 갈 버스가 왔다. RegioJet라는 회사의 노란빛이 멋지게 번쩍였던 버스였다. 야간 버스라 그런지 배낭여행객들이 거의 전부였고 승객들 한 명 한 명 체크인을 한다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우리 앞에서 기다리던 어떤 승객과 버스회사 직원의 실랑이를 보게 됐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승객이 다른 날짜의 버스를 예약했다는 것이었다. 실랑이를 하던 승객은 어떻게든 이 버스를 탈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았고 직원은 버스가 만석이라 방법이 없다는 대화가 오갔다.
우리는 어떻게 저런 걸 실수할 수 있냐고 확인 좀 잘하지라고 안타까워하며 우리의 차례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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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차례가 오고 우리도 완전히 똑같은 짓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7월 3일인데 7월 7일 날짜로 예약해놨던 것이다. 평소에 여행을 하면서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필 낮도 아니고 밤 열한 시가 넘어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가슴이 철렁했다.
이로써,
첫날은 오스트리아 항공 캔슬.
이틀째 소매치기.
셋째 날 야간 버스 예약 실수.
다음날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려웠다.
여하튼 왠지 그 상황에선 둘 다 잠깐 실성을 했는지 갑자기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 두배 가격으로 밤 열두 시에 뮌헨을 경유해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버스를 찾게 되었다.
진짜 마지막 남은 막차,,, 우리의 Flix Bus,,,
혹시나 못 탈까 봐 미리 가서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우리는 그렇게 6시간이면 직통으로 갈 거리를 환승까지 합쳐서 11시간 걸리는 여정으로 떠났다.
뮌헨에 새벽 6시에 도착해서 3시간 대기한 후 오전 9시에 잘츠부르크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