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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Sep 07. 2022

이탈리아 로마_ 콜로세움의 소매치기

17년 여름 여행 1일 차

최근 사부작 거리면서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긴 했으나 일주일 이상의 여행은 오랜만이었다.

처음 여행 일정을 짤 때, 첫날부터 힘이 들겠구나 했는데 첫날부터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먼저 비행기 티켓이 새벽 6시 출발과 오후 6시 출발 밖에 없어서 패기 있게 새벽 6시 비행기를 끊었던 게 화근이었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베를린 쉐네펠트 공항에 새벽 4시까지 가기 위해서 우리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를 했다.

새벽 네시쯤 된 건가? 공항엔 사람이 많았다.

체크인하고 기다리면서 미리 담아온 로마의 휴일도 보며 피곤함을 맞이했다.



그렇게 일찍 로마에 도착 후 우리는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좀 자다가 나가려고 했으나, 숙소에서 애매하게 한 시간을 기다리라고 해서 그냥 짐만 맡기고 콜로세움만 가볍게! 보고 오자는 허황된 꿈을 꾸고 체감온도 약 50도 불지옥으로 나갔다.


먼저 나가서 처음으로 해야 할 것은 티켓팅 하기였다.

로마에서 교통권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그냥 교통권을 구매한다면 '24시간권, 48시간권, 72시간권, 1회권' 등 각자의 계획에 따라 티켓팅을 하면 된다. 그런데 로마에는 관광객을 위한 로마패스가 있다. 로마패스를 끊게 되면 '48시간 교통권 + 관광지 1곳 관람'을 할 수 있고, 관광지에서 바로 입장을 할 수 있다.


참고로 콜로세움을 관광하기 위해서는 '콜로세움+포로로마노+팔라티노 언덕' 통합권을 사야 하는데 교통권에 콜로세움 통합권과 로마패스의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로마패스를 끊으면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일정상 교통권 24시간권을 구매하고, 콜로세움 통합권을 따로 사기로 하고 콜로세움으로 갔다.

Colosseo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엄청난 인파와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니 바로 콜로세움이 보였고 우리는 콜로세움 통합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인터넷 사전예약이라도 하면 좀 더 빨리 들어갈 수 있었지만 예약도 안 했기에 줄 서서 티켓팅 해야 했다.

(참고로 이 통합권은 콜로세움에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포로로마노 입구 등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으니 줄이 없는 곳을 찾아가서 구매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늘이면 땡큐라는 생각으로 콜로세움에 입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최악의 방법 쓰리콤보로(로마패스X, 사전예약X, 가장 많은 대기인원이 있는 콜로세움 매표소) 티켓팅을 했다.

위 사진 속의 이 멋진, 웅장한 과거의 영광인 콜로세움을 느끼기엔 40도 불볕더위가 너무 가혹했고 이미 우리의 사고 회로는 멈춰 그냥 빨리 들어가고 싶기만 했던 것 같다.


콜로세움 매표소까지 가는 길은 덥고 멀었다.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가면 끝일 줄 알았으나 내부의 줄이 밖보다 더 길었다.


그렇게 힘겹게 산 티켓

고대 로마에서는 콜로세움에 약 5만 명의 수많은 관중의 원활한 입장을 위한 많은 출입구가 설계되어있었고 엄청난 인파도 짧은 시간 안에 출입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2천 년이 지난 이 시점에 나는 들어가는데 두 시간 넘게 걸렸다.


그래도 들어가니 좋았다.

들어가자마자 음수대에서 또 줄을 서서 한 삼십 분 기다리고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원래 우리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천천히 관람하며 이미 사전 예습을 해왔던(콜로세움 다큐도 따로보고 왔음)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며 사진도 찍으려 했는데, 기계적으로 후딱후딱 돌아보게 되었다.


콜로세움에서 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여행의 첫날 아주 큰일이 날 뻔했는데 그것은 바로 소매치기를 만난 것이었다.

관광객만 있는 줄 알았지만, 그래서 더 방심할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지 콜로세움 내부에서 소매치기를 당할뻔했다!

여자 친구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고 있던 도둑이 여자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쏘리 하고 도망을 갔던 것이다. 도둑이 쏘리는 왜 하는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 도둑이 지갑을 들고뛰었으면 못 찾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그냥 도망가서 천만다행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뒤쪽에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도둑질에 실패하자 같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초범이 실습을 하는 것이었고 스승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었나 싶다.

이태리의 소매치기는 유명해서 들어는 봤는데 몸소 겪으니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딜 가더라도 이태리에서는 방심은 하면 안 될 것 같다.



여하튼 탈도 많고 힘들었던 콜로세움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푹 쉰 후, 고등학교 친구 장 씨를 만나기로 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장 씨는 다른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온 것이었고 마침 우리와 일정이 맞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스페인 광장에서 만나기로했다.

로마의 휴일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앤 공주가 집에 돌아간다고 남주에게 빌린 돈으로 젤라또 사 먹는 장소로, 스페인 대사관이 앞에 있어서 스페인 광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저 수많은 인파 속에 친구 장 씨가 있었고 이태리에서 친구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이미 이태리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여행의 막바지에 접어든 장 씨는 이 더위에 지쳤지만 익숙해 보였다.

우린 만나서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릴 때부터 장 씨와 놀면 언제나 많이 먹는다. 세명에서 4개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 이 집,, 좋았다. 이태리 여행 중 괜찮은 레스토랑을 몇 개 간 것 같은데 첫날 먹은 이 레스토랑 피자, 파스타 참 괜찮은 편이었다. 이름은 La Montecarlo


가게 이름을 딴 몬테까를로 피자 , 기본 마게리따, 포마기 뇨끼, 봉골레 파스타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역시 이태리의 맛인지 감동을 받으며 먹었다.


식사 후 또 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나보나 광장을 들려서 나보나 광장의 야경도 볼 수 있었다.


나보나 광장의 밤은 예뻤고 사람도 엄청 많았다.

그래도 기온이 조금 떨어져서 그런지 예쁘다는 것이 느껴진 것 같다.


그리고 로마의 젤라또 맛집 GIOLITTI

여기서 유명하다는 쌀 젤라또와 수박 젤라또를 먹었다.

쌀은 진짜 쌀이 씹히고 달콤하고 맛있었다.

수박은 신세계였다.

내 혀를 의심했다. 진짜 수박향 첨가가 아니라 수박이었다.

너무나 만족했던 젤라또였다.


그리고 다시 스페인 광장으로 와서 저녁 풍경을 구경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첫날이지만 여행 2주는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더위와 소매치기의 경험에 심신이 살짝 지쳤던 여행의 첫날이었지만 친구와 함께한 저녁 레스토랑과 젤라또가 만족스러워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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