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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 Feb 13. 2022

[디자인씽킹]에 대한 병원의 오해

병원 디자인씽킹


가끔 병원에서 경영 진단을 받게되면 그때마다 꼭 한번씩 언급되는 내용이 있다. 'QI(Quality Improvement)부서, 고객만족 관리부서, 병원 혁신부서의 Role이 겹친다'라는 내용이다.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각 부서 모두 환자의 경험을 증진한다고 경영진에게 보고 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부서의 운명이 왔다갔다하는.. 어찌보면 살떨리는 순간이다. 그때 만약 독자라면 뭐라고 설명 할 것인가?(어쩌면 남의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ㅠ) 오늘은 어찌보면 비슷한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다른듯한 이 차이점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일단 QI(Quality Improvement)에서 얘기하는 Qulaity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보자.

Quality는 꽤 오래되고 한물 지나간 느낌의 단어인것 같다. 옛날 옛적..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서 제품을 많이 찍어내는것이 정석이던 그때 그 시절에서.. 1960년 어느덧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서 제품이 안팔리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기업들은 너도나도 Quality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때 Quality control의 극한을 보여준 토요타,소니,혼다에서 사용한 방법론이 Six Sigma였는데, 그당시 이 Six Sigma가 전세계에서 Quality control의 교과서가 된 이유는Quality를 재현가능하고, 안정적이고, 측정가능한 컨트롤의 대상으로 만든 매우 훌륭한 방법론이었으며, 이 방법론은 체계적으로 조직화되고 교육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Six sigma의 대표적인 프로세스가 바로 DMAIC과 4M이다.




1. DMAIC

'문제정의 > 측정 > 분석 > 개선 > 컨트롤'의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한 퀄리티 컨트롤 방법


Six Sigma 방법론 DMAIC (출처 https://leanmanufacturing.online/six-sigma-dmaic-15-step-process/)




2. Fishbone 다이어그램 (4M 분석법)

'사람,기기,재료,방법' 4가지 카테고리에서 문제 원인을 구조적으로 찾아가는 분석법





어디선가 봐왔던 익숙한 개념 아닌가? 혹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어디에서 많이 보고, 교육받고, 사용해본... 익숙한 방법론일 것이다. 그렇다. 병원에서 QI(Quality Improvement) 활동을 할때 지금도 주로 사용하는 Tool이다. 문제 원인을 구조적으로 찾아가서 달성 목표를 정의하고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해 문제 해결방법을 Ideation해서 해결 되도록 만들어가는 질 향상 활동이다. 이렇게 논리정연하고 빈틈없고 훌륭한 방법론이 있는데.. 지금까지 엄청 잘 써왔는데...도대체 왜 요즈음에는 찬밥 신세인걸까? 병원에서 하는 이 질관리 활동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걸까? 똑같은 문제 해결 방법인데 어떤 이유로 디자인씽킹이 최신의 방법론으로 인기가 높아지는걸까?




Quality Improvement 방법론의 시초인 Six Sigma 활동은 1960년대 공장에서 생산을 잘 해내기위해 시작된 방법론이다. 애초부터 QI 방법론은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4M 방법론만 보더라도 문제 원인의 카테고리 Machine과 Material이 있는것만 보더라도 드러난다. 즉,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효율화와 퀄리티 확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상품가치 향상을 통한 수익 증대를 위해 사용한 방식이다.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면 모든것을 Control하기 위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계량화 수치화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수치를 맞춘다는것이 기본 로직이다. 즉, 기존 업무의 효율과 질을 높여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위한 방법론이 Six Sigma이며, 이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공급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은 병원 QI 활동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QI활동중  '환자 만족도 개선' 관련한 주제를 예로 들어보자.

진료 후 설명방법 효율화

중환자실 면회 만족도 향상

진료순서 확인 용이성 향상

진료비 수납 편의성 향상을 통한 만족도 증진

당일 초진환자 당일 상담 방안

동영상 교육을 통한 환자 이해도 증가

고정근무제 도입을 통한 병동간호사 만족도 향상

상황 별 환자응대 표준대화




이 주제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주제들을 잘 보면 하나같이 '환자'라는 단어는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ㅇㅇ 하기', 'ㅇㅇ만들기', 'ㅇㅇ달성하기', 'ㅇㅇ제공하기'처럼 수행자의 입장에서 달성해야할 목표가 명확한 목표 지향적이라는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컨트롤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분명히 환자를 위한 활동이기는 한데.. 의구심이 든다...이 해결방안이 정말 Best일까?  '환자들이 정말 그걸 원할까?' '정말 맞는 문제를 해결하는것이 맞을까?'라는 질문 말이다. 마치 마트에서 드릴을 사는 이유가 벽에 구멍을 뚫는것이라면.. 그리고 그 구멍을 뚫는 이유가 액자를 거는 것이라면... 차라리 벽에 붙이는 양면 테이프를 구매하는것이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것처럼 말이다.




예를들어 '진료 후 설명방법 효율화'라는 QI활동을 한다면... 질문의 시작점은 '환자가 어떻게 잘 알아듣게 하지?'가 아니라... '환자가 왜 진료후 설명을 들어야 하지?'이어야 한다. 즉, '환자는 설명 듣기를 싫어하는데... 굳이 설명을 진료후에 해줘야 하나? 꼭 그 시점에 그 기나긴 설명을 해야할까?.. 환자가 원하지도 않는데?' 라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QI활동은 Six Sigma처럼 명확한 목표설정을 하기위해 현상을 Measure하고 그 측정값을 Analyze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반면에 디자인씽킹은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 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고객을 관찰하고 공감해서 고객의 문제를 더욱 정교하게 정의한다. 즉, 둘의 차이는...  공급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가,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가... 라는.. 문제를 바라보고 정의하는데 관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QI활동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동일한 1인칭이 아닌 고객을 바라보는 공급자의 3인칭 시점(공급자로서의 1인칭)에서 문제를 찾는다는 한계 말이다.  그럼...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 해야할까?


Six Sigma와 Design Thinking의 차이                                





눈을 돌려서 다른 산업에서 길을 찾아보자. 이미 일반 기업에서는 이런 한계점을 꽤 오래전에 인식하고 이를 탈피하고자 노력한지 꽤~~~~~ 오래됬다. 공급자가 아무리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빠르게 효율적으로 잘 만들어도, 결국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IT 업계에서도 개발자 중심으로 기술과 기능에 의지해서 만들던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들을 고객 중심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1990년대 부터는 휴대폰을 중심으로 사용성을 강조한 UI(User Interface) 개념이 활성화되고, 그 다음엔 사용성을 넘어서 고객경험을 강조하는 UX(User Experience)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UX디자인이라는 개념에서 '고객의 문제해결'이라는 부분을 특화해서  서비스디자인으로 발전한 것이다. 즉,.. '고객' 중심에서의 문제 해결방법으로서 디자인씽킹 그리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디자인은 현재까지 가장 진화된 형태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QI활동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개발자들도 개발 효율성과 스피드를 높이기위해 노력하면서 기존의 방법론을 Lean SixSigma, Agile 소프트웨어개발 방법론 형태로 진화시키며 발전했다. 즉, Quality와 효율성이 필요한 QI같은 공급자 입장의 방법론은 그대로 진화시키되, 고객 입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 이제는 병원에 필요하며, 둘은 목적과 방법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것이다.








문제는 방법이 뭐든 해결 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병원에는 길찾기, 투약 사고같은.. 수십년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할때 디자인씽킹은 유용하다. 또한..고객은 더이상 Quality와 친절에 감동하지 않는다. 고객 개개인별로 그들이 원하는것을 제공 해줬을때 감동한다. 우리는 그것에 집착해야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것, 그리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에 디자인씽킹이 유용하다.




QI활동과 디자인씽킹의 차이와 그에따른 용도는 명확하다. 기존의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Six Sigma 방법론을 활용한 QI활동을... 그리고 기존것이 아닌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면 디자인씽킹을 활용하면 된다. 혹여나 디자인씽킹을 할때 고객이라는 중심을 빼고 공급자 입장에서 디자인씽킹을 Six Sigma처럼 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않으면 될것 같다.




혹시,...만약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씽킹 활동이 기존의 QI활동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점검 차원에서  두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1. 이것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하는 어려운 문제인가?
2. 이 활동을 통한 수혜자는 병원인가? 아니면 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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