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난독증 딸과의 20년 좌충우돌

by 채채

내 딸은 올해 스물두 살이 되었다.

마냥 밝고 희망적이고 해맑기만 한 20대다.

이런 우윳빛깔 내 새끼도 종종 오는 위기와 아픔으로 삶이 녹록지 않았던 적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인 나의 삶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우리 두 모녀는 아니 우리 식구들은 최선을 다해 아이의 지붕이, 기둥이, 든든한 우산이 되고자 노력했다.

어느 부모인들 그렇지 않으랴.


처음 태어날 때만 해도 평범했고 커가면서 큰 문제없이 자란 아이가 앞으로도 평탄하게 삶을 살아가길 희망하며 난독이라는 평범치 못한 이유로 차별받거나 마음을 다치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20여 년간의 나와 아이의 사생활을 조금 얘기해보려 한다.


아이를 키우며 가끔은 당황하고 조금 아프기도 했고 또 많이 기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나도 엄마가 처음인 초보여서 우리 둘 다 참 많이 헤맸던 건 사실이다. 내 기준에 아이를 맞추기도 하고 아이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던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만 결국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넘쳐흐르는 사랑이라는 단 한 단어.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키울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모자라서 서툰 엄마지만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내 딸에게 많이 고맙다.

엄마가 처음인 딸을 보며 아낌없는 조언과 빽이 되어준 나의 엄마, 그리고 아빠, 할머니가 없었다면 나는 이토록 담담한 맘으로 아이와 나의 이야기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03년 11월 30일 아침 제왕절개로 어렵게 태어난 나의 사랑하는 딸은 세 살이 되어서도 말문이 틔질 않았고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한글을 떼지 못했다.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나와 내 딸의 이야기.

난독증은 그저 조금 불편할 뿐 장애도 증세도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