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청춘은 여름,
작가 이소서 시집.
03 : 청춘은 여름,
여름의 녹진한 마음이 달라붙었다.
잔뜩 내리쬐는 태양도 비를 머금으니
축축한 아스팔트 위로 그 몸을 노긋하게 뉘였다.
어떠한 여름은 부서지며 읽힌다.
계절이 그 이름처럼 청량하니 예쁜 빛을 내고
온 몸으로 열정을 뿜으며 타오를수록
아, 나도 시린 눈빛으로 청춘을 말하던 때가 있었는데.
서투른 그 얼굴을 밤새도록 곱씹으며
이파리 결 가득, 내 이름을 새겼었지.
누군가의 이름은 가장 큰 고백이 되기도 하니까.
비록 저녁이 되기도 전 퇴장해야하는
오후권뿐인 푸른 봄이라도,
나는 영원을 보았어.
파아란 색으로 칠해놓았던 글자들에서
아리, 경희, 정다온, 수잔. 내게 허락되었던 그들에게서
지하 내내 풍기던 퀘퀘한 향기에서
황홀하게 타오르는 조명을 부유하는 먼지에서
네모 반듯한 그 소극장 무대에서
캄캄한 암전 속을 비추는 자그만 별빛에서,
나는 영원을 배웠어.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청춘이라는 게,
민낯의 여름이 작열하는 고통이란 걸 알았다면,
뭔가 달랐을까?
나는 아직, 퍼레이드조차 보지 못했는데.
2025. 08. 04. 오후 3시 21분.
#시 #청춘 #꿈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