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일어났을 때 조금 불편하게 목이 부어있었다.
얼굴 쪽으로 향해있는 선풍기를 바라보며 저것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뒤 자연스럽게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를 구매해 검사도 해 보았다. 음성인 것을 확인하고 출근하느라 지각을 하게 되었다는 핑곗거리가 생긴 정도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쁜 것들을 처리하고,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외부 미팅도 나갔다. 일정이 정리되고 일찍 퇴근하면서 그제야 아직도 목이 부어있다는 것이 신경 쓰여 집에 들어가기 전 이비인후과를 들렀다. 아침에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일반적인 진찰을 본 의사는 인후염 관련 약들을 처방해주었다.
저녁에 집으로 귀가해 처방받은 약들을 먹기 위해 식사를 챙겼다.
마침 아내는 당직근무를 하고 늦게 오는 날이어서 밥은 혼자 먹었다. 혼자 먹는다는 핑계로 반찬도 두어 가지만 조금 덜어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재활용품들도 모두 갖다 버린 뒤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틀었다. 재밌다며 보는 중에 아내가 귀가했고, 아내가 씻고 정리하는 사이 침대에 잠깐 앉아있었다.
앉아있다가 몸에 힘이 없는 것 같아 이내 다시 누웠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정리를 마친 아내가 들어왔을 즈음 난 열이 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도 갔다 왔고 약도 먹었다고 설명하는 중에도 내 안색은 안 좋아 보이는 듯했고, 아내는 갑자기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체온계를 가져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38도가 되기도 했다. 아침에 구매하고 남아있던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를 한 번 더 해보았다. 여전히 음성이었다. 냉방병이나 감기몸살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약도 먹었으니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금요일 아침, 상태가 반전되었다.
고열로 저녁부터 곯아떨어졌던 덕에 새벽녘에 잠이 깼다. 몸은 가뿐한 것 같았고, 역시나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 정도였다고 생각하며 약을 먹기 위해 간단한 아침도 챙겼다. 오전부터 미팅이 있어서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려던 것이었는데, 약을 먹고 준비하던 중에 다시 몸이 이상해졌다. 왜 이러나 싶은 생각과 더불어 몸을 다시 뉘었는데 어젯밤 증상이 재현되고 있었다. 열이 올랐고 이곳저곳에 근육통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러 생각 끝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하기 힘들겠다고 전화를 하고는 이불을 덮었다.
점심에 아내가 배달시켜 준 죽을 받아먹고는 인후염 관련 약도 챙겨 먹었다.
이상했다. 약을 먹을 때마다 더 아픈 것 같았고, 벌써 세 번째 먹고 있음에도 전혀 차도가 생기는 것 같지 않았다. 가을에도 에어컨을 틀 정도로 더위를 타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방구석에서 이불을 덮고 있어야 했다. 열이 38도까지 오를 정도로 몸은 뜨끈했는데, 뭔가 한기가 드는 것 같은 기운에 이불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등을 비롯해 이곳저곳에 근육통이 있는 것처럼 어색했고, 기운이 없어 자꾸만 잠에 빠졌다.
걱정하던 아내가 집 앞 병원을 권했다.
코로나 검사도 하고 있으니 가보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코로나는 아닐 거라고 응대한 나는 그럼에도 내과에 가서 다른 약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 정도로 반응했다. 그마저도 몇 시간 자고 겨우 일어나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집 앞 병원에 느릿느릿 걸어갈 수 있었다. 한적한 동네에 드문드문 보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전혀 이질감 없는 속도로 꾸역꾸역 병원에 도착했다. 몸이 이만저만하다고 설명하니 코로나 검사도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앞서 진료받던 한 팀이 나간 뒤 나만 남은 병원에서 이내 검사가 진행됐다.
멀찌감치 앉아 문진을 한 뒤 익숙한 코 찌르기가 시행된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양성이었다. 진단 키트에서 두 줄은 처음 보았다. 순간 ‘이래서 약이 안 든 거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살짝 막막해졌다. 다음 주에도 바쁜 일정이 많은데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1주일 격리 판정과 함께 약들을 처방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회사에 알리고는 걱정 체증으로 답답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