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니 (되돌아볼 여유가 1도 없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살지는 못했지만 독서만큼은 열심히 해서 60권 정도 읽었다. 그중에서 마음에 남는 책을 딱 한 권만 꼽으라면 마쓰모토 세이초의 자전적 회고인 <아직 늦지 않았다> 일본판 제목은 반생의 기록. 그와 나의 공통점은 사소설적인 것을 경멸한다는 점, 그와 내가 다른 점이라면 그는 사소설적이라면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평생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자신의 기록조차 건조한 하드보일드 문체로 기록했다면 내 경우는 나는 쓰면서 남이 쓴 것만 못 견디는 내로남불의 경멸이라는 점. 그리고 집념과 인내심이 없이 우연에만 의지한다는 점.
그럼에도 이 책만큼 나의 유년, 청년기의 쓸쓸함을 잃어버린 반쪽같이 잘 형상화해준 책은 보기 드물다. 체르니셰프스키는 예술에서 미를 불러일으키는 본질적인 힘들 가운데 하나로 회상을 꼽았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망각은 쉬운 길이기에 항시 예술의 보조를 받아서 예전의 좋았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올 한 해 가장 좋았던 책.
* 네이버 블로그를 닫고 브런치로 옮긴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 연습장 낙서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