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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채원 Nov 27. 2019

공중전과 문학

통근길 독서일기 2.

W. G. 제발트 <공중전과 문학>


공중전이 문학에 무슨 소용인가? 제발트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의 책을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책을 읽고난 소감은 무슨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그리 기억에 남는 글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제발트는 평생 독일 문단의 '아웃사이더'였다고 한다. 어쩌면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에서 '아웃사이더'가 아니었을까? 문체도, 구성도, 주장도 뭔가 맥이 빠진 느낌이다. 작가와 독자 간에도 상성이 있다면, 나와 맞지 않는 작가인 것 같다. 다른 책을 더 읽어보면 평가가 달라질 것 같지만.


왜 공중전인가? 문학이 마치 공중전처럼 치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부질없게도 이 책은 2차대전 당시 독일 도시에 대한 연합국의 폭격을 다루고 있다. '폭격기 해리스'의 초토화 작전에 의해 60만 명에 이르는 독일 민간인이 희생되었던 2차 대전의 숨겨진 비극. 그렇다면 공중전이 아닌 '폭격과 문학'이라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제발트가 폭격 문제를 통해 문학의 문제에 개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폭격이 굉장히 미묘하고도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듯이 독일은 2차 대전의 전범 국가다. 그리고 독일 민간인의 피해는 전쟁 도발에 대한 인과응보로 당연시되는 것도 암묵적인 사실이다. '나치와 공모해 전쟁을 일으켰고, 그 댓가를 치루었다. 민간인 사상자는 부수적 피해다.' 하지만 제발트가 공중전을 통해 설명하려는 의도는 세습적 희생자 의식을 강조하거나 독일의 전쟁 범죄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볼 때, 제발트가 독일 도시의 폭격 피해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을 보여줌으로써, 어찌 보면 문학의 해묵은 문제들을 꺼내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공중전 혹은 폭격이라는 단순한 단어가 담아낼 수 없는 현실의 참상들. 폭격으로 숨진 영아들을 가방에 넣어다니는 어머니들이 유독 많았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서, 문학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개인사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숭고한 주제를 다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 또한 전쟁을 도발한 국가가 오히려 겪게 되는 전쟁의 참상이라는 희한한 역사의 역설, 이 도발적인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 문학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닌가, 이런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본격적인 산문이라기 보다는 강연을 정리해 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도발적인 소재에 비해 주제의식은 빈곤한 것 같다. 공중전이 왜 중요한지는 알겠다. 문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겠다. 그러면 이 둘을 잘 관계지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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