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채캘리 /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글귀/ 정세랑, 피프티피플
캘리 에세이/ 이윤채(채채캘리)
어릴 때부터 나는 사람을 좋아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일이 나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 나를 어른들은 '싹싹하다'고 했고 친구들은 '붙임성이 좋다'고 했다.
학창 시절 전학 온 친구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늘 내 몫이었다.
이런 나의 성향 탓에 내 주위엔 늘 사람이 많았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면서
나는 어릴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록
나는 점점 더 사람에 대해 알기가 힘들어졌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호의를 베푼 사람에겐 뒤통수를 맞았고
'인상이 별로야' 하고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에겐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
사람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만큼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어려운걸까?
10여년을 알고 지낸 오래된 사람에게 이리 저리 뒤통수를 맞고,
그 사람에게 질릴대로 질려버려 지지부진한 관계를 끊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돈을 버는 것도, 똑똑해지는 것도,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건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지는데,
아마 세상을 보는 시선의 순수함을 점점 잃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를 보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퇴화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왜곡없이)이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운 일이 되버리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는 만큼 선입견도 함께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이건 참 슬픈일이야'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알기 어려운 게 사람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있다.